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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밭에 7000명에 이르는 미국 내 인도계 인사를 모아놓고 성대하게 모디 총리를 환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강대국이 21세기를 정의하게 될 것”이라며 인도를 치켜세웠습니다.
올해 중국을 누르고 인구로 세계 최대 국가가 된 인도를 향한 각국의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인도인들의 마음을 사는 데 그다지 성공적인 편이 아닙니다.
인도에서는 1만명 이상 사용한 언어가 122개로 집계된 적 있습니다. 언어, 종교, 부족으로 갈라진 수많은 집단이 갈등을 벌일 때가 있죠. 올해는 동북부에서 힌두교계 메이테이족과 기독교계 쿠키족 사이에 유혈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유럽의회는 쿠키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채택합니다.
오랜 세월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인도 외교부는 “유럽의회의 행위는 내정 간섭이자, 용납할 수 없는 식민주의적 사고 방식”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유럽 주요국은 자신들의 적인 러시아를 멀리하라고 인도에 요구하는데요. 사실 인도 입장에서는 그래야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려는 쪽이죠. 중국과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자 인도는 무기 도입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인간의 기본권 같은 사상적 가치가 탄생한 대륙입니다. 그래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 이런저런 훈수를 많이 두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라 그런지 반응이 썩 좋지 않습니다. 도덕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리적이지는 못합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는 인도·태평양을 가리키는 ‘인·태’라는 표현이 점점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인·태의 지리적 범위에 유럽은 배제돼 있죠.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않고 아집에 빠져 남을 바라보면 결국에는 명분과 실리를 둘 다 놓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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