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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기업 시스코는 뉴욕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며 자율 좌석제를 도입했다. 앞서 재작년엔 글로벌 은행 HSBC가 영국 런던 본사에서 임원석까지 모두 자율 좌석제로 전환했다.

미국 뉴욕의 시스코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일할 좌석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고 있다. /시스코

시스코나 HSBC처럼 자율 좌석제(핫데스킹)를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이런 변화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터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또는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하면서 기업들은 예전처럼 직원별 고정석을 줄 필요가 줄어들었다. 반면 직원들은 ‘내 자리가 사라졌다’는 상실감과 그에 따른 불편을 느끼고 있다.

미국 컨설팅사 겐슬러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자율 좌석제를 운영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20년 10%로 전년의 두배로 늘었다. 매일 출근하는 직원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면적 축소에 나선 것이 주된 이유다. 사무실이 좁아지면 자율 좌석제를 도입해야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그래픽=김의균

이런 변화에 대해 직원들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이다. 겐슬러 조사에서 자율 좌석제에 대한 인식을 물었더니 ‘스트레스 받는다’(65%), ‘혼란스럽다’(65%) 같은 부정적 단어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1000여 명에게 ‘지정석과 자율 좌석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정석을 골랐다. 지정석을 선호한 이들은 자율 좌석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자리 선점 경쟁(40%)을 꼽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개인 짐 둘 공간이 부족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같은 불만이 담긴 글이 자주 올라온다. 재작년 자율 좌석제를 도입한 국내 한 IT 회사의 30대 직원은 “예전에 자리에 앉은 채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하던 일을 처리하려면 이제는 메신저로 하거나 회의실을 잡아야 해 품이 더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율 좌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대해 충분하게 내부 소통을 해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부동산 컨설팅사 CBRE의 김형주 이사는 “출입 기록이나 좌석 점유율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직원들의 선호도를 조사해야 할 뿐 아니라 왜 회사가 자율 좌석제를 도입하려는지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이재홍 상무는 “회사가 자율 좌석제로 비용을 절감했다면 이를 다른 복지 제도나 편의 시설 형태로 충분히 돌려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기업은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 좌석제를 유연하게 운영한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은 주 5일 회사 출근을 원하는 직원과 2~3일 출근을 원하는 직원을 나눠 주 5일 근무자에겐 지정석을 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다수가 선호하는 자리를 특정인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이틀 연속 같은 자리는 예약할 수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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