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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올해 미국 증시는 ‘매그니피센트 7′의 독무대였다. 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 영문명인 매그니피센트 7은 세계를 호령하는 빅테크 7사(애플·엔비디아·메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테슬라) 주식을 묶어 부르는 표현이다.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만든 유행어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을 대체했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엔비디아는 올 들어 주가가 225.2% 올랐고, 가장 적게 오른 애플의 상승률(51.5%)도 S&P500 상승률의 2.6배에 달한다.

매그니피센트 7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투자전략가다. 그는 투자자 입에 착 감기는 용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제부터는 매그니피센트 7 투자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하트넷씨는 이어 “AI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매그니피센트 7의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AI가 실제로 생산성을 개선하는 경제적 효과를 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에서 매물이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트넷씨는 영국 펀드운용사 슈로더의 런던·도쿄지점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는 뉴욕에서 BoA증권 선임 국제 이코노미스트와 글로벌 거시전략가 등을 맡았다. 이후 유럽 주식 전략 디렉터를 거쳐, 현재는 BoA의 리서치 조직을 이끌고 있다.

◇ “AI는 증시 하락 막는 만능키 아냐”

하트넷씨는 올해 증시의 변곡점이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이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긴축의 속도를 조절하고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됐다”며 “실제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해 보이는 소수 종목으로만 돈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매그니피센트 7을 구성하는 종목은 각자 사업 분야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빼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올해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을 중심으로 소수 종목만 급등하는 ‘좁은 랠리’가 펼쳐졌다고 하트넷씨는 분석했다. 그는 “시가총액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구성 종목을 동일하게 반영하는 S&P500 동일가중지수를 보면 올해 내내 S&P500지수의 상승률보다 훨씬 뒤처졌다”며 “이러한 일부 종목의 급등은 많은 이들에게 ‘거품’을 걱정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면 차익 실현에 나설 투자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때 매물로 나오는 종목 중에는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하트넷씨는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테마인 AI가 증시 하락을 막아낼 ‘만능키’가 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2000년대 초반의 경기 침체를 막아내지는 못했고, 오히려 ‘닷컴 버블’로 이어졌다”며 “내년에 당장 AI로 인해 생산성의 비약적 증가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AI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그는 “2030년이 오기 전에는 AI가 산업 현장에서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며 “AI로 인해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분야가 있을 텐데 금융업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 3~5년간 미국 물가 3~5% 오갈 것

하트넷씨는 네 가지 요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의 경우 3~5년간 물가 상승률이 3~5%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첫째는 세계화의 후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서 자유 무역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이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둘째는 코로나 사태의 극복 방식이 그랬듯 주요국에서 사회·경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 정책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전 세계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막대한 돈이 풀리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비교적 저렴한 화석연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AI도 인건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트넷씨는 예상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급여와 복리 후생 수준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하트넷씨는 이런 4가지 이유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 목표치(2% 상승)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작년에 한창 높을 때에 비해) 상당히 하락했고, 특히 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실업률이 상승하면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투자 키워드는 ‘3B’

하트넷씨는 내년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S&P500 지수가 5000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침체가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펼쳐지면 3600~4200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S&P500 지수가 4000 정도가 되면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4600을 넘어가면 팔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투자 포지션”이라고 했다.

하트넷씨는 내년에 좋은 투자처로는 ‘3B’를 꼽았다. 채권(Bond), 금(Bullion), 다양한 투자(Breadths)를 줄여서 부른 것이다. 그는 “올해 미국 국채 투자가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한 해가 될 것이고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서 내년에는 채권 투자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금에 대해 그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럴 때 금은 대체로 상승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트넷씨는 “내년에는 올해처럼 소수 종목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자산·종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주나 신재생에너지 주식의 가능성을 지켜보라”며 “이런 종목들은 금리가 연 5%까지 갑자기 뛰어오르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벌’을 받았기 때문에 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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