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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험사 아비바(AVIVA)가 사내 성별·인종 다양성을 높이려는 정책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백인 남성을 회사의 고위 임원으로 채용하려면 회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신설했는데,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아비바는 영국 증시 시가총액 43위(119억파운드) 기업으로 북미·유럽 지역의 고객 수만 1870만명에 달한다.

아비바의 회장 어맨다 블랑(Amanda Blanc)./아비바 홈페이지

아비바의 회장인 어맨다 블랑(Amanda Blanc)은 지난달 영국 하원 재무위원회에서 “사내 다양성 증진을 위해 백인 남성을 회사 고위직으로 채용할 때 회장의 재가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비바는 고위 임원 중 여성과 유색인종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에 아비바의 고위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20년 31.9%에서 2022년 말에는 37.3%까지 높아졌다. 영국 금융업계 평균(35%)을 넘어선 것이다. 아비바는 올해 말에는 이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위 임원 중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의 비율은 10.9%였는데, 올해 말에는 13%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아비바의 목표다.

그래픽=김의균

이 같은 목표를 세운 데엔 여성 경영자인 블랑의 개인적인 경험도 작용했다는 평이다. 그는 “고위직으로 승진할수록 용납할 수 없는 (성차별적) 행동들이 노골화됐다”고 비판해왔다.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다음에도 주주총회에서 “(여자라서) 적임자가 아니다” “(치마 말고)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내 보수층을 중심으로 아비바의 조치가 ‘백인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보수당 소속의 제이컵 레스모그 하원의원은 아비바의 방침에 대해 “당신이 백인 남성이면 아비바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며 “인재를 순수하게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성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영국의 보수 성향 신문인 더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로드 리들은 “나는 아비바 고객이 아니지만, 만약 고객이었더라면 계약서를 바로 찢어버렸을 것”이라며 아비바의 결정을 ‘파시즘’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용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데이비스는 텔레그래프에 “백인 남성 역시 평등법에 따라 성별이나 인종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는다는 점에서 아비바의 방침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선에 있다”고 했다.

그간 대학 입시나 회사 채용에서 성별·인종 다양성을 고려한 제도는 종종 논란이 됐다. 미국 UC샌타바버라와 워싱턴대의 심리학·뇌과학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우리는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강조하면 할수록 백인 남성 지원자는 차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졌고, 면접 성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 연방 대법원은 대학 신입생을 뽑을 때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흑인·히스패닉 학생에게 유리한 어퍼머티브 액션이 아시아계 학생에게는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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