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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그룹 사이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미국 미디어 업계 공룡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경쟁사인 패러마운트 글로벌과 인수·합병(M&A)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세계 4·5위 미디어 기업 간 몸집 불리기로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영화 제작사를 비롯, 각각 CNN과 CBS 등 대형 뉴스 채널까지 보유한 내로라하는 미디어 강자인데 왜 손을 맞잡으려는 것일까.
이는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더 큰 강자’에게 맞서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이다. 두 미디어 기업은 OTT 시장에 뛰어든 뒤 가입자 증가세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던 상태였고,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선두 주자들의 공세까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데이비드 재슬러브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와 밥 배키시 패러마운트 CEO가 최근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패러마운트 본사에서 회담을 갖고 워너브러더스 측이 운영하는 OTT ‘맥스’와 패러마운트의 OTT ‘패러마운트 플러스’가 합병했을 때의 시너지를 논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직 구체적 합병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워너브러더스가 패러마운트를 흡수·합병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은 일거다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워너브러더스 입장에선 패러마운트가 보유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을 확보해 스포츠팬을 끌어들이고, 기존에 보유한 CNN과 CBS를 통합해 미국 최대 뉴스 채널을 만들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기존 OTT 강자들에게 맞서 몸집을 불리는 효과도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에서 2억47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아마존 프라임(2억명), 디즈니 플러스(1억5000만명)가 뒤를 잇는다. 맥스(9700만명)와 패러마운트 플러스(6300만명)는 6·7위에 머문다. 그러나 두 기업이 합치면 가입자를 불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콘텐츠 중복 투자를 줄여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체기에 들어선 OTT 시장에서 각 기업은 공격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느라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를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워너브러더스의 순부채는 451억달러(약 59조원), 패러마운트는 14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OTT 업계 합종연횡은 국내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2·3위를 지켰던 티빙과 웨이브는 현재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에까지 추월당한 상태다. 쿠팡플레이의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월 사용자 수(MAU)는 508만명으로 티빙(494만명)과 웨이브(398만명)를 넘어섰다. 티빙과 웨이브 입장에선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데다, 지난 2022년 적자 규모도 각각 1192억원, 1217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라 생존 전략이 시급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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