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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영국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쇼아이브씨는 최근 매장 곳곳에 안면 인식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이 CCTV는 손님 얼굴을 인식해 CCTV 시스템에 저장된 ‘절도 상습범’의 이미지와 비교한 뒤, 같은 인물로 판단되면 업주에게 곧장 알린다. 쇼아이브씨는 지난 2022년 7000파운드(약 1160만원)어치에 이르는 절도 피해를 입었고, 휴게소 직원들에 대한 욕설·폭행 등과 같은 범죄도 계속되자 안면 인식 CCTV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BBC는 전했다.

최근 영국에선 보안이 허술한 소매업체들을 타깃으로 절도 범죄가 계속되는 데다, 경찰에 신고해도 하세월인 경우가 많아 안면 인식 CCTV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주 입장에선 이 CCTV를 설치해둔 것 자체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고, 만약 진짜 범죄가 발생해도 절도범 잡기에 유리해지는 게 장점이다.

인공지능(AI)까지 탑재한 스마트 CCT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AI로 무장한 ‘빅 브러더’ 아니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오지만, 그 쓸모가 커지며 찾는 곳이 부쩍 늘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CCTV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355억달러(약 47조원)에서 2029년에는 1052억달러(약 138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7년 만에 시장 규모가 3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픽=김의균

◇당신을 지켜보는 AI가 늘어난다

전 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지능형 CCTV 설치가 늘고 있다. 단순 녹화나 범죄 예방이 주목적이었던 CCTV가 지능화하면서 각국 정부나 경찰 등에서 쓰임새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에선 테러 방지 목적으로 공원 등 공공장소 곳곳에 AI CCTV를 도입했다. 이 AI CCTV는 시민들 사이 서로치고 받는 싸움이 일어난다거나 가방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동을 감지하고, 경찰에 실시간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영국에선 지난해 5월부터 일부 도로에 AI CCTV를 도입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똑똑한 눈’은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쓰레기 투기 등을 잡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CCTV가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 내부를 고화질로 촬영하고, AI가 교통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CCTV는 점점 촘촘하게 설치되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매일 24시간 CCTV 영상을 체크하는 ‘실시간 범죄 센터(RTCC)’가 오는 2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워싱턴 DC는 최근 강도, 살인, 차량 절도 등 범죄가 빈발하자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시가 운영하는 300여 대의 CCTV도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실시간 범죄 센터는 범죄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목적”이라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에 CCTV를 둘 수 있냐’고 물을 정도로 설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국내에선 실종자 찾기까지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AI CCTV가 상용화하고 있다. 예컨대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는 지난 12월부터 AI CCTV가 탑재된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 일대를 지킨다. 이 로봇은 공원 내 화재 발생, 시설물 파손 등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AI 객체 인식 카메라를 탑재해 사람과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을 인식해 상황에 맞는 안내 방송을 하고 관제실에 실시간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순찰 로봇은 기존 CCTV에 발까지 단 격으로 안전 사각지대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치매 노인, 미아 등 실종자 찾기에 특화된 AI CCTV도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는 “최근 ‘AI CCTV 기반 실종자 고속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에 실종자의 사진과 인상착의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해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낸다. 예컨대 ‘짧은 머리’ ‘긴팔 빨간색 상의’ ‘검은색 하의’ ‘안경 안 씀’ 등과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이와 비슷한 행인의 모습을 주르륵 찾아내고, 동선을 추적하는 식이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지명수배자 사진을 서버에 저장해뒀다가 안면 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CCTV를 시내 곳곳에 설치해 검거에 활용 중이고, 서울 마포구는 인파가 몰리는 경우가 잦은 홍대입구역 일대에 인구밀집도를 측정해 위험을 알리는 AI CCTV를 도입하기도 했다. 근무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 미착용이나 쓰러짐과 같은 이상 상황을 포착할 수 있는 CCTV 관제 시스템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선 관리 감독 인력을 줄일 수 있고, ‘골든 타임’이 중요한 안전 사고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불완전한 기술” 지적도

국내외에서 AI CCTV가 속속 도입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AI CCTV의 영상 분석이나 안면 인식 기술 등이 여전히 불완전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11월 미국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안면 인식 기술 오류 탓에 억울하게 구치소에 6일 동안 수감된 일도 있었다. 당시 경찰은 신용카드 도난 사건을 수사하면서 CCTV의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했는데, AI가 이 흑인 남성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CCTV상 용의자 모습과 일치한다고 잘못 결론 내리면서 경찰이 그를 체포한 것이다.

해외 시민 단체 등에선 “감시가 일상화된 ‘빅 브러더 사회’가 현실이 됐다”는 비판이다. 특히 프랑스, 영국 등 AI CCTV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들에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사람의 행동이 정상인지 AI가 판단하는 건 인권 침해”라며 AI CCTV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AI CCTV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측은 적은 인력으로 치안 사각지대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AI CCTV가 아직 불완전한 기술이고,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 “다만 이런 단점만 일부 보완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CCTV 설치가 가속화하고,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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