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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에 글로벌 명품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한 브랜드 디올은 오는 3월 23일 홍콩에서 남성복 패션쇼를 연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이 홍콩 랜드마크인 K11 뮤제아에서 패션쇼를 성황리에 마치자 나온 소식이었다.

한때 아시아의 대표 명품 거점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홍콩은 지난 3년간 정치적 불안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빛이 바랜 시장이었다. LVMH가 그런 홍콩을 다시 찾아 패션쇼를 열자, 중국을 향한 처절한 구애가 재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 소비자 지갑이 닫히자, 명품 업계가 중국 소비자에게 더 열렬히 구애하고 있다”며 “LVMH의 홍콩 패션쇼는 미·중 갈등으로 홍콩 투자를 축소하는 다른 산업 분야와는 대조적인 행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 ‘보복 소비’(억눌렀던 소비를 분출하는 현상) 바람을 타고 초호황기를 누렸던 명품 업계가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고 ‘눈물의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거대 시장인 중국을 향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창고 아웃렛에서 상품을 떨이 판매하며 재고 처리에 부심 중이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20억유로(약 521조원)로 전년 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2021년 31.8%, 2022년 20.3%를 기록한 폭발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난해 초 영국 런던의 버버리 매장 앞. /로이터 뉴스1

최근 악성 재고에 골치를 썩이는 대표 브랜드는 영국 명품 버버리다. 버버리는 시장 팽창기(2018~2022년)에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지우고, 스트리트 패션 열풍에 뛰어드는 모험을 택했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여러 명품 가운데 구매 우선순위에서 먼저 밀려나버렸다. 버버리의 지난해 말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9월 영업이익은 2억2300만파운드(약 37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버버리 주식 가치는 10일 기준 1397파운드(종가)로 지난해 4월 고점 대비 47% 급락한 상태다. 버버리는 최근 시중에 유통된 재고를 다시 사들이는 한편, 옛 로고를 새롭게 살리는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명품 시장의 블루칩이었던 온라인 명품 쇼핑몰 두 곳은 최근 적자에 허덕이다 헐값에 인수되는 굴욕을 맛봤다.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다 상장 폐지 직전 가까스로 한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5억달러(약 6580억원)에 인수됐다. 경쟁 업체였던 매치스패션 역시 영국 프레이저스그룹에 6300만달러(약 870억원)에 팔렸다. 사모펀드가 2017년 매치스패션을 인수한 금액이 10억달러(약 1조3160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땡처리’ 수준이다.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은 “중국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파페치가 쿠팡에 인수되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1인당 명품 구매액이 높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현금이 부족한 회사 두 곳이 간신히 파산을 피했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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