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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에프론 감독의 1998년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은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합니다. 동시에 시장 경쟁, 신기술, 마케팅 등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인데, 이런 면은 널리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자존심 강한 뉴요커들의 문화적 허브인 맨해튼 어퍼 웨스트 지구의 작은 서점 ‘어라운드 더 코너’가 이 영화의 주무대입니다. 캐슬린 켈리(배우 메그 라이언)는 어머니가 40여 년 전 설립한 서점을 이어받아 정성을 다해 운영합니다. 그녀에게 책을 사러 오는 아이들과 부모는 단순한 고객을 넘어선 친밀한 이웃들입니다.
90년대는 PC통신이 유행하던 시기입니다. ‘숍걸’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캐슬린은 채팅방에서 ‘NY152′를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두 사람은 오프라인 만남을 피하고 이메일을 통해 실명 대신 아이디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을 키워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집니다. 거대 서점 체인 ‘폭스’가 캐슬린의 서점 바로 앞에 대형 매장을 연 것입니다. 폭스는 안락한 소파까지 갖춘 너른 매장에서 강력한 할인 행사를 벌이며 고객을 빨아들입니다.
NY152는 숍걸에게서 ‘가게가 어려움에 처해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자,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해 ‘사업은 사업일 뿐 인간적인 것은 잊고 끝까지 싸우라’고 충고합니다. 캐슬린은 뉴욕의 언론과 지식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싸움에 나섭니다. 하지만 폭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가게는 결국 문을 닫습니다. 사실 NY152는 폭스 서점의 오너 조 폭스(톰 행크스)였습니다. 두 사람은 현실에서는 격렬하게 싸우면서, 실제 모습을 모르는 온라인에선 우정과 사랑을 이어간 것입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영화 속 대형 서점 폭스를 보고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B&N)을 연상했습니다. 실제로 B&N이 진출한 여러 곳에서 작은 독립 서점들과 싸움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다윗을 괴롭히는 골리앗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나 봅니다. 온라인 거래의 강자 아마존닷컴이 성장하면서 이번엔 대형 오프라인 서점 체인들이 휘청합니다. B&N도 사업이 축소되다 2019년 사모 펀드 엘리엇에 넘어갔습니다.
엘리엇은 영국의 독립 서점 ‘던트’를 국제적 명소로 키운 제임스 던트를 B&N에 구원투수로 투입했습니다. CEO를 맡은 던트는 대형 서점의 기존 체질을 확 바꿉니다. 현장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해 매장별 개성을 뚜렷이 하고, 출판인들을 존중하며 독립 서점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독립 서점의 특징인 ‘인간적’ 서점으로 변모하려 한 것입니다. 이후 B&N은 사업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악당에서 영웅으로 변모했다’는 찬사까지 받았습니다. 비즈니스는 인간적 측면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냉정한 계산만으로 발전할 수도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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