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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홍해행동(紅海行動)’은 중국 인민해방군 특공대가 지난 2015년 예멘 내전 상황에 출동해 중국 국민들을 구출하는 스토리를 박진감 있게 그려낸다. 국비를 지원받아 만든 이 ‘애국주의’ 영화는 중국에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줬다”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진짜 면모다” 등과 같은 평과 함께 2018년 개봉 당시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구출 작전 때부터 약 9년이 지난 현재, 중국의 이번 홍해 사태 대응은 영화 속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벌어졌지만, 중국은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며 지난해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나포하고, 미사일을 퍼부으며 이 지역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후티 반군은 중국을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무함메드 알 부카이티 후티 반군 대변인은 지난달 러시아 매체에 “이스라엘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선박은 홍해를 항해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러시아 선박은 안전한 항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타격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해상 무역에 사용되는 선박이 중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등록돼 있는 데다, 중국 무역선들도 안전한 길을 찾아 홍해 항로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이번 사태의 ‘무풍지대’가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번 사태에 ‘중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대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해석이다. 미국 CNN방송은 “후티 반군이 작년 11월 중순 민간 선박들을 공격한 이래 몇 주 동안 후티를 규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중국 군함들이 후티 공격과 관련된 선박들의 구원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선박들은 이 ‘위험한 바다’를 계속 오간다. 미국 위성 데이터 기업 스파이어글로벌에 따르면 1월까지 매일 30척 이상이 중국 선원들을 등록한 뒤 홍해를 통과하고 있다.
이에 중동 평화 수호자를 자처해온 중국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홍해 사태 이후 중국이 평화 유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중국이 후티 반군의 배후로 꼽히는 이란을 설득해 홍해 공격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며 “하지만 중국으로선 원유의 10%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어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란을 압박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이 ‘세계 평화 수호자’라기보다는 각종 셈법 속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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