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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모델 릴 미켈라(Miquela)

AI(인공지능)와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며, 실제 사람과 닮은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을 광고 모델로 쓰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265만 명에 달하는 버추얼 휴먼 모델 릴 미켈라(Miquela)는 2020년 한 해 광고 출연료로 약 1170만달러(약 156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버추얼 휴먼 인플루언서 아이타나(Aitana)는 광고 수익으로 한 달에 많게는 1만유로(약 1450만원)를 받습니다.

광고 모델로서 버추얼 휴먼의 강점은 실제 인간보다 월등히 저렴한 ‘몸값’입니다. 이를테면 한 국내 AI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특정 공중파 출신 아나운서를 모델로 해 만든 버추얼 휴먼은 월 이용료가 500만원 안팎입니다. 경력이 비슷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초빙하면 보통 하루당 200만원 정도를 지불합니다. 또한 글로벌 패션 업체 H&M은 광고에 버추얼 휴먼 ‘쿠키(Kuki)’를 활용해 비용을 9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성비 좋은 버추얼 휴먼이 곧 인간 모델을 몰아내고 광고계를 평정할까요. 단정 짓긴 쉽지 않습니다. 버추얼 휴먼은 아직도 표정이나 움직임 등 세부적인 곳에 어색함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광고에 보이는 자연스러운 동작과 춤은 실제론 인간의 몸에 버추얼 휴먼의 얼굴만 합성한 것이 상당수입니다.

약간의 어색함을 감내하며 비용을 줄이려다, 광고를 아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22년 7월 한국광고홍보학보에 기재된 ‘가상 인플루언서의 특성이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인해 버추얼 휴먼과 그가 광고하는 브랜드에 거부감을 표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과 유사하나 완벽하게 닮지는 않은 존재를 접할 때 느끼는 혐오감과 섬뜩함을 뜻합니다. 광고 비용을 줄이려다 자칫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고 버추얼 휴먼을 인간 움직임처럼 자연스럽게 구현하자니 비용이 폭등합니다. 버추얼 아티스트 ‘YuA(한유아)’를 기용해 찍은 3분 분량인 ‘I Like That’ 뮤직비디오엔 억대 비용이 들었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입니다. 저비용을 유지하자니 불쾌감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자니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딜레마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다만 ‘혁신’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은 분야라면 부정적 효과가 상쇄된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이성준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가상 인플루언서 특성이 브랜드 태도에 미치는 영향과 혁신성의 조절 효과’ 논문에 따르면, 혁신성 수준이 높은 소비자 집단은 버추얼 휴먼에 기술적 문제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면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새로움이 무기가 되는 IT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면 광고에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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