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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우리가 묻는 말에 척척 답변해 주려면, 이를 고도화된 연산으로 잘 처리해 줄 첨단 반도체가 필수다. AI 열풍이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유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주가는 13.9% 오르며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100 지수(14.3% 상승)엔 다소 못 미쳤지만, 올 들어선 다른 빅테크 주식을 압도하며 날아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4분기에 월가 거물들은 어떤 반도체나 AI 관련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뺐을까. 1억달러 이상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보고서를 WEEKLY BIZ가 분석해 봤다.

그래픽=김의균

◇반도체주에 집중한 거물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해 4분기 반도체에 집중했다. AMD(57만주), 브로드컴(7만7000주), 엔비디아(59만2000주)와 같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을 크게 늘렸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도 주요 투자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피셔 회장은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AI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반도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반에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67만4000주 팔았다.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하지 않고 개별 기업 주식을 선별해 투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엔비디아 주식을 22만주 추가 매입했다. 기존 보유량(4만8000주)의 네 배 수준을 넘는 주식을 새롭게 사들인 것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는 엔비디아 주식을 25만7000주 팔았지만, 같은 기간 엔비디아 콜(매수) 옵션을 49만 계약 매수했다. 콜 옵션은 정해진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인데, 엔비디아 콜 옵션에 투자했다는 것은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도 ‘반도체주 몰락’에 대한 투자 베팅을 거둬들였다. 버리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주 ETF(아이셰어스 반도체 ETF)의 풋(매도) 옵션 10만 계약을 매수했다. 콜 옵션과 반대로 지정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 옵션을 사 모았다는 건 앞으로 약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점치고 방어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생각해 풋 옵션에 투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에 풋 옵션 10만 계약을 모두 팔았다. 반도체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둬들인 셈이다.

엔비디아도 현금 보유분을 통해 반도체와 IT,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기준 투자 내역을 SEC에 최초로 보고했는데,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196만1000주)이었다. 그다음으로 많이 투자한 종목은 생명공학 기업인 리커전 파머슈티컬스(770만6000주)였다.

◇돈나무 언니 “엔비디아는 뻔한 투자처”

그러나 거물들이 모두 엔비디아의 상승을 점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주식을 7만7000주가량 정리했다. 지난해 3분기 엔비디아 주식을 7만1000주 매도한 이후 우드 CEO의 투자 판단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고집스럽게 엔비디아 주식을 추가로 판 것이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3일에도 아크 오토너머스 테크놀로지 앤드 로보틱스 ETF를 통해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을 2400주,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 주식을 8600주 팔았다. 우드 CEO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 투자와 관련, “너무 쉽고, 너무 뻔한(obvious) 투자처이며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해왔다. 유아이패스나 트윌리오처럼 당장은 주목받지 않지만, AI 기술 발전으로 기업 가치가 증가할 ‘잠재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게 우드 CEO의 생각이다.

미국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의 애팔루사 매니지먼트도 엔비디아를 23만5000주 팔았다. 다른 반도체 기업인 AMD(26만5000주)와 TSMC(50만주) 주식도 팔았다. 하지만 반도체주를 대거 내다 팔았다고 해서 테퍼가 관련 분야를 모두 어둡게만 전망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6만5000주)와 아마존(20만주)은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율 1~4위인 메타(11.3%), 마이크로소프트(11.0%), 아마존(10.4%), 엔비디아(6.8%) 역시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AI 관련 주들이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도 ARM 주식을 전량(32만5000주) 팔았다.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인데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ARM 주가는 78.4% 상승했다. 소로스는 알파벳과 아마존 주식도 매도하는 등 AI 관련 기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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