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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매케이 감독의 2015년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금융 위기를 그린 영화 중에서 단연 발군입니다. 금융 저널리스트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이 탄탄하고, 출연진 캐스팅도 화려합니다.
2007년 금융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 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에서 시작됐습니다. 영화에서 금융인들은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고안한 살로먼브라더스의 루이스 라니에리를 아이팟, 마이클 조던, 유튜브를 합친 것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라고 숭배합니다. 부실 MBS를 뒤섞은 파생상품인 부채담보증권(CDO)도 만들고, 심지어 여러 CDO를 혼합한 2차 CDO까지 찍어냈습니다. 너무 복잡한가요? 영화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월가는 어려운 용어를 써서 전문성을 과시하거든요.”
고객들은 복잡한 파생 상품의 기초가 무엇인지 추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유명 금융 기관이 발행했고 유명 신용평가사가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투자 금액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발행자와 신용평가사도 한통속이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영화에선 남보다 먼저 거대한 부실을 알아보고 하락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공매도(空賣渡)의 영어 명칭은 쇼트(short)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 빅쇼트는 ‘거대한 공매도’라는 뜻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요 등장 인물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대부분 실제 인물을 극화한 것입니다.
헤지펀드 사이언의 설립자 마이클 버리(배우 크리스천 베일)는 MBS가 기반한 대출채권이 부실한데도 지나치게 높게 가격이 책정되었다고 판단하고 펀드 투자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매도에 나섭니다. 프런트포인트의 펀드메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은 스트립클럽 댄서로부터 “심사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여섯 채나 샀고 다들 그렇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출 시장이 통째로 썩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도이체방크의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과 은퇴한 은행가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도 공매도에 동참합니다. 결국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면서 이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영화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테일러는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와 함께 카메오로 출연해 행동경제학의 ‘핫핸드 오류’를 통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설명합니다. 핫핸드는 농구 경기에서 기원한 용어입니다. 농구 팬들은 한 선수가 연속해서 슛을 성공하면 그다음 슛의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믿는데 이를 ‘핫핸드’라고 부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 시기에도 MBS 투자로 연속해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농구팬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또 성공할 것’이라고 믿은 셈입니다. 이 영화는 일반인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도 이런 ‘핫핸드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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