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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자 가상 화폐 전문가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가상 화폐가 월가의 정식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았다고 환호했지만, “가상 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의 탈피라는, 본래의 목표를 상실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존 금융 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중개인이 필요 없는 탈중앙화 금융’의 수단으로 탄생했다.

그래픽=김의균

‘미국에서 탄생한 가장 성공한 ETF’라는 평가까지 받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돈을 빨아들이면서 지난해 말 4만20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 7만3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가격이 다시 하락하며 6만2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가상 화폐 업계는 비트코인 ETF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존 오로글런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최근 WEEKLY BIZ 서면 인터뷰에서 “돈의 미래가 가상 화폐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SEC로부터 승인 받은 11곳의 운용사 중 8곳이 코인베이스와 협업하고 있다.

존 오로글런 코인베이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코인베이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5%가량인 4억2500만명이 가상 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ETF를 통한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 100억달러까지 덩치를 불렸다. 미국 ETF 중 최단 기록이다. 오로글런 대표는 “페이팔과 비자를 포함해 10만 곳 넘는 유통·결제 업체가 가상 화폐를 통한 결제를 도입했다”고 했다.

-가상 화폐는 실질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나?

“대표적 장점은 빠른 결제 속도와 낮은 수수료율이다. 국제 송금을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금융 회사를 이용하면 송금에 최장 열흘이 걸리지만, 가상 화폐를 이용하면 10분도 안 걸린다. 수수료도 최대 96%까지 낮출 수 있다.”

-비트코인 ETF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는 ETF의 출시로 ETF를 기반으로 한 대출이나 파생 상품 같은 새로운 금융 상품의 등장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투자 자산 선정 기준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 화폐 관련 거래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가상 화폐 시장이 더 커지게 돼, 여러 가지 혁신도 이뤄질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은.

“가격 전망은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반감기(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 약 4년마다 오며 다음 반감기는 오는 4월로 예상) 등이 비트코인 가격 강세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22년과 2023년은 가상 화폐 산업에 있어서 정말 멍든 눈(black eye) 같은 시기였다. 사기를 치는 행위자들과 규제의 불명확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상 화폐에 대한 수요 감소가 뒤따랐다. 이런 하락 요인은 이제 해소됐다고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ETF로 향하는 트랙 위에 올라탔다. 2024년 남은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선 희망적으로 본다.”

-비트코인의 큰 가격 변동성은 화폐의 기능 중 하나인 ‘교환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에 있어서는 당분간 큰 변동성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좀 더 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길이 열렸고, 이로 인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가상 화폐의 가격이 안정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자산 가격은 대체로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변동성이 작아진다.”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에도 가상 화폐는 좋은 투자처일까.

“은퇴자들이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 투자자와 이야기를 해보면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디지털 자산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가상 화폐가 더 공정하고 저렴하며 속도가 빠른 미래 금융 시스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노후 대비 자산에 가상 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일부 편입하는 투자 전략을 지지하는 편이다.”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 등 단점도 많지 않나.

“사실 범죄자들은 현금 등 법정 통화를 가장 선호한다. 가상 화폐 등장 이후에 (가상 화폐 거래소나 가상 화폐 발행자 중에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악당(bad actors)도 등장했지만, 그들이 가상 화폐 산업을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 화폐 관련 규제는 여전히 정립되는 과정 중에 있다. 가상 자산 거래소가 보안을 강화하고, 거래소 보유분과 투자자의 자산을 명확하게 분리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가 도입되는 과정이란 뜻이다. 가상 화폐 거래소들도 자체적으로 노력한다. 코인베이스 또한 새로 상장하는 가상 화폐가 돈세탁, 테러 단체 지원 같은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됐는지를 엄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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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온라인 독자에게 전하는 ‘못담은 이야기’
-비트코인 ETF가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비트코인 현물 ETF는 더 많은 자본이 가상화폐 생태계로 흘러들어올 수 있게 해주고,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어줄거다. 큰 자금을 굴리는 매니저, 금융자문사,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장기 보유하는 과정에서 존재했던 제약 요인들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고,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더 나은 가격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Spot bitcoin ETFs will enable more capital to access the crypto ecosystem and open market doors to new classes of investors. It will also ease restrictions on large money managers, financial advisors, and institutions to buy and hold Bitcoin, which will improve liquidity and price for all market participants.)

-가상화폐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지난 수 세기 동안 구축된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은 디지털 금융을 담아내기엔 낡은 틀이다. 가상화폐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금융을 업데이트 할 수 있다. 달러·유로화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활용하면 현실 경제와 가상화폐 경제를 연결할 수 있다.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를 통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가상화폐로 예금·대출 같은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 더 진화된 인터넷인 웹 3.0(Web 3) 구축에도 가상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찾아보거나(웹 1.0), 자신의 콘텐츠를 공유하는(웹 2.0) 기존 인터넷을 넘어 데이터를 소유·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완전히 안착하려면 1~2년은 더 걸리겠지만 여러가지 예술작품이나 실물 자산을 디지털 증권 형태로 거래할 수 있게 되는 ‘토큰화(Tokenisation)’도 가상화폐 덕분에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