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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할라 누그라하 만수리 인도네시아 외교차관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하며 "에너지 분야 등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인도·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맏형’ 격인 인도네시아가 경제 성장 보폭을 넓히며 한국과 이인삼각(二人三脚)을 제안하고 나섰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광물인 니켈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단순 원자재 수출이 아니라 이를 제품 형태로 가공하는 데 집중하며 한국의 투자와 협력을 바란다. 첨단 제품에 쓰이는 주요 광물을 무기화하는 ‘신(新)자원 전쟁 시대’를 맞아 한국도 핵심 광물 공급망 등에서 인도네시아와의 경제 안보 협력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한·인도네시아가 경제적 ‘찰떡궁합’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파할라 누그라하 만수리 인도네시아 외교차관이 13일 방한했다. 2017년에 이어 7년 만에 열린 한·인도네시아 차관급 전략대화를 위해서다. 파할라 차관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중견국이 함께 협력할 때 그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글로벌 경제 순위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평가한다면.

“양국 관계는 이미 상당히 좋지만,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본다. 경제적으로는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이 기대된다. 지금 전 세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진다. 이에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 소재 개발에서 양국의 협력 분야가 많을 것이다. 제조업 분야의 협력도 기대된다. 인도네시아가 열망하는 향후 20년 동안 연간 6~7% 성장을 이뤄내려면 제조업 분야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세계 제조업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는 이유다.”

-양국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 분야는.

“최근 인도네시아는 ‘다운스트림 산업(전방 산업)’을 끌어올려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자 한다. (원유나 원자재 등의 경우 자원 채굴·시추 부분이 업스트림 혹은 후방 산업이고,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부분이 다운스트림 혹은 전방 산업이라 불린다.) 우리는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니켈 매장량 1위 국가이고, 구리 생산량은 세계 3위다. 인도네시아는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중요 광물 개발과 가공 분야에서 한국의 더 많은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세계는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전략을 쓰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역시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기 원한다. 한국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는 2045년까지 세계 5위 경제 대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도 고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2023년 기준 2억7743만명)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인구 보너스(인구 중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늘어 소비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 효과가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 중 하나란 뜻이다. 둘째, 기반 시설이 크게 확대됐다. 인도네시아엔 현재 약 2680㎞의 유료 도로(고속도로)가 깔려 있다. 이는 2014년 이전에 유료도로가 88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진보다. 셋째, 과거와는 달리 부가가치산업, 특히 제조업을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한국도 제조업에 집중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초대형 신(新)수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소개해줄 수 있나.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자바섬에 있는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섬(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로 이전하기로 하고, 새 수도를 건설하고 있다. 새로운 수도로 이전하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올해 7~9월 약 1만3000명의 공무원을 누산타라로 이주시키는 게 목표다. 대통령도 7월쯤 새 수도에서 근무하기 시작할 것이다. 2034년까지 약 130만명의 거주민이 누산타라에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수도 건설은) 이미 (세종시처럼) 새로운 행정 중심지로 이전 경험이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국과 더 협력할 분야는.

“양국은 모두 중견국이다. 앞으로 글로벌 정치·안보 분야의 의사 결정에서 (우리와 같은) 중견국의 영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은 뜻을 같이하고 상호보완할 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 사실 선진국들은 중진국·신흥국들이 더 강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광물 처리 협업 등과 같은 문제에서 한·인도네시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남중국해 이슈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에도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줘야 중견국들 목소리가 더 증폭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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