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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형 서점 '유린도'가 미쓰이 부동산과 함께 도쿄 니혼바시에 선보인 '성품생활'의 내부 모습.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제공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 오픈한 대형 복합 단지 ‘아자부다이힐스’는 여전히 세간의 화제다. 이 복합 단지가 개장할 때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오가키 서점’이다. 책방 안에 카페는 물론 작은 전시 공간까지 얹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셈이다. 사실 ‘서점 이상의 서점’을 지향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자연스레 ‘쓰타야 서점’이 떠오른다. 쓰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기획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에 세운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 ‘티사이트(T-site)’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기다.

흥미로운 점은 ‘오가키 서점’이건 ‘쓰타야 서점’이건 공통점은 모두 책을 중심으로 공간을 편집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서점이니까. 하지만 ‘서점이기 때문에 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게 꼭 당연한 말일까.

1909년에 탄생해, 1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형 서점 ‘유린도(有隣堂)’의 생각은 다르다. 7대째 사장인 마쓰노부 겐타로(松信健太郎)는 ‘새로운 노포’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110년이 넘었으니 당연히 오래된 가게, 노포다. 우리 서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혁신을 놓치면 안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은 필연적이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서점이지만, 책이 중심이 아닌 업태를 고안했다. 그러곤 일본의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인 미쓰이 부동산과 함께 사업을 전개했다. 유린도는 2018년 미쓰이 부동산이 개발한 복합 쇼핑몰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 빌딩 3층에 ‘히비야 센트럴 마켓’이란 공간을 선보였다. 유린도 서점만으로는 차별성이 없다고 보고 이자카야(선술집), 이발소, 옷 가게 등을 어우러지게 했다. 서점 공간엔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책꽂이를 10개 정도만 배치했다. ‘책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있는 책장’ 수준이다. 하지만 늘 같은 책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곳에 들어온 다른 편집 점포의 오너가 추천하는 책’처럼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를 주기적으로 바꿔 전시한다. 같은 책방, 같은 책꽂이지만 올 때마다 주제가 다르고 꽂혀 있는 책이 다르다. 다른 곳에는 없는 독창적인 공간이기에, 히비야에 가면 꼭 들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유린도는 2019년에 미쓰이 부동산과 함께 대만 브랜드 ‘성품생활(誠品生活)’을 도쿄 니혼바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성품생활은 ‘쓰타야가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서적존, 문구존, 레스토랑존, 셀렉트 판매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레스토랑에선 대만 음식을, 셀렉트존에선 요즘 핫한 대만 물품을, 서적존에선 대만 관련 각종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대만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 곳이다.

유린도는 2021년엔 ‘유린도 밖에 알지 못하는 세계’란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구독자 수가 28만명에 달한다. 살짝 건방진 느낌의 부엉이 캐릭터가, 유린도 직원과 책이나 문구 관련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내용이다. 분량은 7~8분 정도인데, 은근히 재밌다. ‘딱히 재밌을 것 같지 않다’는 서점에 대한 선입견이, 이 채널을 통해 많이 바뀌었다.

유린도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들, 지금까지 없었던 일들, 지금까지 없었던 순간들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의 지향점이다. 이런 곳에 근무한다면 단순히 서점 종업원으로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꿈을 갖고, 매순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이를 실현하려 노력할 것이다.

우리도 많은 서점이 있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도 판다. 만약 책이 중심이 아니라면 이 공간은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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