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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쿄 시부야에 지상 47층, 지하 7층의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란 건물이 탄생했다. 이 건물의 최상층에 ‘시부야 스카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오픈 당시엔 입장료가 2000엔이었는데, 지금은 2500엔이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에서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 개장 시간에 맞춰, 또는 해 질 무렵에 입장하는 티켓은 4주 전에 예매하려 해도 쉽지 않다.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야외 전망 공간의 모습. 47층 꼭대기에서 사방을 바라보며 경치를 즐길 수 있다./시부야 스카이 공식 인스타그램

이 전망대는 구성이 독특하다. 1층에서 직통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 내리면 티켓을 확인하면서 ‘비일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먼저 만나는 공간은 14층에서 45층으로의 이행 공간인 ‘스카이 게이트’다. 말이 그럴싸해 이행 공간이지 고속 엘리베이터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독특하다. 탑승하면 천장에서는 번쩍이는 레이저가, 스피커에서는 SF 영화에나 나올 듯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환성을 지르는 사람, 급히 동영상을 찍는 사람에 둘러싸여, 마치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45층에 내려도 어둡다. 한쪽 끝에서 빛이 흘러나오는데, 그 방향으로 가면 46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이걸 타고 한층 올라가야 환한 공간이 나온다. 이 모두가 ‘비일상의 공간으로 이동’이라는 치밀한 연출 하에 기획된 작품이다.

다음 만나는 공간은 옥상 전망 공간인 ‘스카이 스테이지’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 꾸며진 전망 공간이다. 건물 옥상 헬리포트를 전망대로 새롭게 꾸며 놓았다. 47층 꼭대기에서 사방을 바라보며 신선한 하늘 공기를 마시면 가슴이 뻥 뚫린다. 북쪽으로는 메이지 신궁과 그 뒤편에 펼쳐진 신주쿠 고층 빌딩군, 동쪽으론 도쿄타워를 비롯한 아자부다이힐스, 록폰키힐스, 서쪽으론 후지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맨해튼의 3대 전망대인 탑오브더락, 서밋, 에지보다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마지막 공간은 실내 전망 회랑인 ‘스카이 갤러리’다. 흔히 볼 수 있는 실내형 전망대다. 날씨가 안 좋으면 옥상을 폐쇄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구경을 마치고 올라갈 때 탔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4층으로 내려온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부야 스카이/시부야 스카이 공식 인스타그램

시부야 스카이의 매력은 옥상 전망 공간이다. 어떻게 이런 시설이 가능했을까. 이 건물은 2013년 8월 착공했다. 그런데 2013년 9월 도쿄가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됐다. 1964년 이후 56년 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 글로벌 관광객을 위해 뭔가 색다르게 만들자는 기획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2015년 7월 실내와 실외 모두 즐길 수 있는 전망 공간을 최상층에 설치하기로 설계를 변경한다.

그렇다면 다른 전망대는 왜 실외 전망 공간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정확히 말하면 설치는 돼 있지만 매력 있게 만들지를 않았다. 시부야 스카이 탄생 이전에는 롯폰기 힐즈의 모리타워 전망대가 인기를 끌었다. 52층의 ‘도쿄 시티뷰’는 11m의 층고, 시원시원한 창문으로 2003년 오픈 당시부터 데이트족의 인기를 끌었다. 초창기엔 ‘스카이덱’이라고 해서 옥상에서도 도쿄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분명 가보긴 했는데, 기억이 희미하다. 감흥이 없었다는 뜻이다. 지금은 옥상 공간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전망대는 실내를 기본으로 한다. 실외 공간은 덤이다. 하지만 시부야 스카이는 다르다. 실외가 핵심이다. 이곳에서 ‘비일상의 공간’ ‘개방감’을 느끼도록 한다. 다른 전망대와 다르니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공간을 명확히 세 구역으로 나누어, 고객이 동선별로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명확히 정의했다. 마케팅 과목에 등장하는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정확히 그린 것이다. 차별화 포인트를 명확히 찾고, 고객 여정 지도에 기반해 동선을 기획하는 것. 전망대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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