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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행기는) 과거 천둥 같던 소음 때문에 인구가 많은 도심 지역 운항 제한이 걸렸던 초음속 비행기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새로운 비행기입니다. 볼 준비 되셨습니까!”
지난 1월 12일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워크스 시범 비행장. 우주비행사 출신 팸 멀로이 NASA 부국장이 신호하자, 거대한 무대 장막이 툭 떨어지며 장막 뒤 숨겨둔 정체가 드러났다. 마치 거대한 ‘새 부리’를 연상케 하는 초음속기 X-59였다. 조명에 번쩍이는 이 비행기를 목도한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휴대폰을 높이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초음속기 X-59 공개를 필두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탈것들 사이 ‘음속(音速)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늘에선 초음속기가 기존 비행시간(14시간)의 절반인 ‘서울~뉴욕 7시간 시대’를, 땅에선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를 통한 ‘서울~부산 20분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부푼다.
◇콩코드 굉음, “차라리 미사일에 의자를 붙이지”
사실 초음속 여객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항공이 운항하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가 대표적이다. 1969년 첫 비행에 성공하고, 약 50년 전인 1976년에 이미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콩코드는 당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구간을 마하 2.04(시속 약 2519㎞)로 3시간 30분 만에 주파했다. 일반 여객기(약 7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2000년 113명이 숨지는 콩코드 여객기 사고로 안전 우려가 불거진 데다, 결정적으로 ‘소음’ 문제가 결국 콩코드의 퇴역을 앞당겼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며 내는 ‘쿠쿵’ 하는 굉음, 이른바 소닉붐(sonic boom·음속 폭음)은 고질적 문제였다.
마치 폭탄 터지는 것 같은 소리에 “차라리 미사일에 의자를 붙이지 그랬냐”는 비아냥도 등장했다. 육상을 지날 때마다 소음 민원이 빗발치자, 미국은 자국 영토 상공에서 초음속비행을 금지했다. 초음속으로 날 수 있어도 바다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반쪽짜리’ 신세가 되자, 노선을 늘릴 수도, 승객 확보도 실패한 콩코드는 결국 2003년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박물관 전시품 신세가 된다.
이번에 NASA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개발해 부활하게 된 초음속 여객기 ‘X-59′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저소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콩코드의 소음이 105dB(데시벨)로 ‘옆에서 풍선 터지는 소리’와 비슷했다면, X-59의 소리(75데시벨)는 ‘20피트(6m) 떨어진 곳에서 자동차 문이 꽝 닫히는 소리’ 정도에 가까울 것이라고 비유했다.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해 설계한 저소음 구조 덕분이다. 소음이 줄면 미국의 육상 초음속비행 금지 조치가 종료될 수 있고, 항공사가 초음속 비행기를 더 많은 목적지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초음속 항공 시대’의 본격 개막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시속 1490km를 내는 X-59는 올 하반기 첫 시험비행을 한 뒤, 2026년까지 미국 일부 도시 상공을 비행하며 비행기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할 계획이다.
◇땅에선 ‘꿈의 열차’ 경쟁
하늘에선 초음속 여객기가 소리의 속도(음속) 여행 시대를 연다면, 땅에선 하이퍼루프가 초고속 여행 시대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하이퍼루프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연결된 진공 상태의 긴 튜브 안에서 초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열차를 말한다. 열차는 전자석·초전도자석 등을 이용해 공중에 띄우는(자기부상) 식이다. 열차와 선로 사이 마찰이 없고, 진공 안에서 운행되니 공기저항을 확 줄일 수 있어 초고속 운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긴 구간을 튜브 진공 상태로 유지하는 것 등에 대한 기술적 난관, 선로를 직선으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적잖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이 개발한 하이퍼루프 ‘T-플라이트’는 시속 623㎞로 시험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목표 속도는 2000㎞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 시속 1000㎞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된다면 서울~부산(400㎞)은 약 20분이면 주파가 가능해진다.
진공 튜브 안에 들어가진 않지만 초전도 방식의 고속형 자기부상열차 시대도 머지않아 본격 개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으로 지면에 떠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일본이 개발한 자기부상열차(신칸센 L0계)는 시험 운영 과정에서 시속 60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열차는 도쿄~오사카를 연결하는 ‘주오 신칸센(中央新幹線)’ 구간에서 최고 시속 505㎞로 달릴 예정이다. 서울~부산을 1시간도 안 돼 달리는 속도다. 그러나 당초 2027년부터 부분 개통하려던 이 구간 노선은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실제 운영 시점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자동차의 속도 경쟁도 끝난 게 아니다.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영국에서 제작한 ‘스러스트 SSC’다. 1997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이뤄진 주행에서 시속 1228㎞를 기록했다. 이 기록을 뛰어넘기 위해 스러스트SSC의 후속 블러드하운드LSR이 도전에 나선다. 이 프로젝트는 기네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 위해 1609㎞의 속도를 내도록 차량을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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