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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재 시장은 ‘전통 브랜드’와 ‘신흥 브랜드’의 경쟁이 특히나 치열하다. 베인이 최근 아시아 11국을 대상으로 식음료·화장품 등 23품목의 2018~2022년 시장점유율을 분석했는데, 한국은 16품목에서 전통 브랜드가 5년 동안 시장점유율을 최소 1%포인트 이상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11종)·일본(10종)·호주(9종)·인도(9종) 등 아시아 주요 시장과 비교해보면, 한국 소비재 시장은 신흥 브랜드의 도전이 매섭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소비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인데다, 전자상거래 및 소비재 유통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신흥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덕분이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은 과거 국산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품목에서 신규 해외 브랜드의 성장률이 전통 국산 브랜드의 성장률을 앞지르는 추세다.

그래픽=김의균

그러나 모든 전통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수성(守城) 전략의 토대는 ‘소비자 인사이트’다. 소비자들도 몰랐던 소비자들의 속내를 뜻하는 소비자 인사이트를 읽어내 성장 잠재력이 큰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전통 브랜드의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도 식품 업체 ‘타타 삼판’은 중저가∙가공식품이 주류였던 인도 식품 시장에서 고품질∙고영양 식품 시장을 선점해 최근 5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호주 맥주 업체 칼튼앤드유나이티드브루어리는 지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아웃도어 이미지와 비교적 가벼운 맛에 성패를 걸어 도전자의 추격을 따돌렸다.

전통 브랜드의 또 다른 성공 방정식은 ‘히어로 제품’ 집중 전략이다.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인도네시아의 국민 차(茶) 음료인 ‘푸축 하룸’이 좋은 사례다. 지난 몇 년간 모회사를 포함해 전사적으로 이 제품에 평균 이상의 광고비를 집행하고, 전사 유통망을 총동원한 결과 인도네시아 RTD(제조나 혼합 없이 캔 형태로 바로 마실 수 있는) 차 시장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전통 브랜드도 추격자처럼 민첩한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에 스며든 주인 의식, 창의적인 조직 문화, 그리고 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절박함은 신흥 조직에만 통용되는 요소가 아니다. 소비재 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소비자 성향이 다소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베인 분석 결과 지난 5년간 상당수 시장에서 신흥 브랜드의 추격이 매서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브랜드가 계속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통 브랜드로선 강한 수성 전략이 필요하다. 지명도에 안주하지 않고, 신흥 브랜드의 추격 전략마저 흡수하는 전통 브랜드의 노하우를 눈여겨볼 시점이다.

강지철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베인앤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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