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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업혁명의 막이 오르며 우리(엔비디아) 파트너들은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센터인 ‘인공지능(AI) 공장’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게 될 겁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 열린 회계연도 기준 2025년 1분기(2024년 2~4월) 실적 발표회 자리에서 AI 공장이란 다소 생소한 단어를 꺼내 들었다. AI 공장은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적화된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일컫는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앞으로 주요 기업이나 국가가 모두 자체적인 AI 공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WEEKLY BIZ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회 내용과 발표 자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 등을 분석해 최근 주가 1000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가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분석했다.
◇1. 더 빠르게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다
엔비디아로 인해 반도체 업계의 오랜 불문율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란 마이크로칩 하나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반도체 업계의 법칙을 뜻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중심이 되는 시대엔 컴퓨팅 능력이 더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PU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어 1년에 두 배씩 향상돼, 10년이면 1000배쯤 빨라진다는 게 엔비디아 예상이다. 이미 황 CEO는 2022년 9월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컴퓨터 연산 속도의 비약적 향상을 내다본 이유는 ‘GPU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GPU는 입력된 정보를 동시다발적(병렬)으로 처리해 대용량 정보를 처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 이에 엔비디아가 올해 내놓을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의 연산 속도는 2만 TFLOPS(테라플롭스·초당 1조번의 연산을 처리하는 능력)로 8년 전인 2016년 출시한 파스칼(19 TFLOPS)의 1000배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2. 엔비디아, AI 시대의 곡괭이 판매상
과거 ‘골드러시’ 시대에 정작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금광 인부들에게 곡괭이나 청바지를 만들어 판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AI’란 금광을 캐는 기술 혁신 시대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반도체를 사는 고객은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테슬라, xAI(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등”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AI 발전을 이끄는 거의 모든 기업이 엔비디아의 고객인 셈이고, 이 테크 기업들의 곡괭이이자 청바지 역할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엔비디아는 “1600개 이상의 생성형 AI 기업이 엔비디아의 제품과 기술을 활용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의 매출은 폭발적인 상승을 이어 가는 추세다. 엔비디아의 이번 1분기 매출은 260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2% 증가했다. 더구나 엔비디아의 실적은 올해 연말로 갈수록 새로운 AI 반도체 ‘블랙웰’로 인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블랙웰은 2분기 출하가 시작되고, 4분기 정도에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설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연내에 블랙웰 판매를 통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3. 매출의 무게 중심은 데이터센터로
이번 1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엔비디아 전체 매출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 비율은 87%를 차지, 3년 전 36%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AI 시대 핵심 시설이자 데이터를 저장·교환하는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전기 사용량이 계속 늘면서 ‘전기 먹는 하마’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를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발표 자료에서 “CPU로만 구성된 서버에 비해 GPU 서버는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 전체적인 운영 비용을 2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인 ‘AI 공장’에 주목한다. 데이터센터가 AI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각 정부나 기업이 AI 공장을 설립한 뒤, 보유한 데이터를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토큰’으로 판매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엔비디아는 다양한 기업·기관에서 AI 공장을 구축하며 자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한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콜레트 크레스는 실적 발표회에서 “1분기에만 100곳 이상의 고객이 AI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했다”며 “AI 공장 구축에는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GPU가 들어가는데 가장 많은 AI 공장에선 10만개 정도의 GPU가 쓰일 것”이라고 했다.
◇4. 엔비디아가 꼽은 AI 쓰임새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자료 곳곳에서 “AI의 막대한 투자 대비 효과(ROI)가 새로운 투자 사이클을 이끌 동력”이라고 표현했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9가지 분야에서 AI의 쓰임이 요긴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사무 업무 효율, 검색·소셜미디어, 콘텐츠 창작, 법률 서비스와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금융 서비스, 고객 서비스, 신약 개발, 농업과 기후 등의 분야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의 지식 근로자가 있고, (AI 기술을 활용할) 5000만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AI 기술이 고도화하는 과정에 함께 기술 발전이 일어날 분야로 자율주행과 로봇을 꼽기도 했다. 크레스 CFO는 “테슬라의 AI 훈련 클러스터(시설)를 확장할 때 우리의 (GPU인) H100 3만5000개가 사용됐다”며 “엔비디아의 AI 인프라가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FSD·Full Self-Driving) 성능 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또 “세계 상위 500대 수퍼컴퓨터 중 76%에 우리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5. 반도체에선 팹리스, AI에선 파운드리 역할
엔비디아는 대표적인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반도체를 개발하기만 하고, 직접 생산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우리는 각 세부 공정에서 최고의 업체와 협력해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며 “또한 생산 시설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를 회피하는 대신 회사의 자원을 제품 디자인과 품질 보증, 마케팅, 고객 지원 등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가 아닌 AI 산업에선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가 되겠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야심이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고객을 위해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우리는 AI 모델을 구축해주는 AI 파운드리 서비스를 기업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을 돕는 ‘엔비디아 니모(NeMo)’나 시각 디자인용 생성형 AI를 위한 ‘엔비디아 피카소’ 등의 AI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AI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사용량이나 사용 기간에 따라 지불하는 사용료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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