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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램브렛 코라빈그룹 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클럽 코라빈에서 자신이 발명한 와인 장비 ‘코라빈’으로 와인 따르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그는 의료기기 발명이라는 본업을 살려 한 번 개봉한 와인도 3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었다. /박상훈 기자

포도 산지나 품종 등 마시면서 공부할 것이 많은 와인은 다른 주종에 비해 접근이 어려운 술로 꼽힌다. 여기에다 와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바로 ‘와인병의 크기’일 것이다. 고유한 와인 맛을 해치지 않고 즐기려면 코르크 마개를 연 뒤 짧은 시간 내 병을 다 비워야 하는 게 고민거리였다.

여기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발명품을 만든 사람이 나타났다. 의료 기기 개발자로서 항암 치료용 주삿바늘을 만들던 사람이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손상 없이 뚫어낼 수 있는 바늘을 발명한 것이다. 바늘을 통해 특수 가스를 주입하고 이 바늘로 와인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와인의 보관 기간은 3년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코라빈’이라는 새로운 와인 장비로 와인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까지 받는 그레그 램브렛(Lambrecht) 코라빈그룹 의장을 4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클럽 코라빈에서 WEEKLY BIZ가 만났다. 1999년 코라빈을 발명한 램브렛 의장은 2011년 코라빈그룹을 창업하고 사업화에 돌입했다. 초기 모델인 ‘타임리스’는 60여 국에서 현재까지 100만대 이상 팔렸으며, 한국에서도 최근 와인수입업체 아영FBC를 통해 정식 수입이 시작됐다.

◇임신한 아내 덕분에 만든 발명품

-먹다 남은 와인을 정말 3년 넘게 보관할 수 있나

“‘3년 이상’이란 것도 보수적으로 한 얘기다. 코라빈이란 장비는 와인병에 공기보다 무거운 질소나 아르곤 가스를 주입하면서 그 압력으로 와인이 뿜어져 나오게 하는 원리를 쓴다. 와인의 보존에서 최대 적은 대기 중 공기인데 이걸 질소·아르곤이 막아주는 것이다. 이에 7년 전에 코라빈을 사용한 와인을 지금 마셔도 새것처럼 마실 수 있다. 우리 집엔 2003년에 코라빈을 사용한 와인도 있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도구를 발명했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표현이 있지 않은가. 아내와 나는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둘이서 반 병씩 나눠서 마시곤 했다. 그런데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와인을 못 마시게 됐고, 나 또한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내와 나는 좋아하는 와인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서 서로 다른 와인을 즐기고 싶을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한 번 개봉한 와인도 장기간 보관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게 됐다.”

-진공 방식도 시도됐었는데

“(와인병을) 진공으로 만드는 방식도 기껏해야 며칠밖에 와인의 맛을 지속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의료 기기 발명가인 나는 주삿바늘을 써보고자 마음먹었다. 주삿바늘이 사람 피부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시 피부가 오므라들듯이 코르크도 바늘로 찔렀다가 빼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그냥 바늘만 꽂으면 와인이 잘 나오지도 않고, 공기도 들어갈 수 있어서 결국 가스를 주입해야 했다. 그런데 처음엔 압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가스를 주입해버렸다. 병 속 와인 전부가 주방 한쪽 벽으로 터져 나왔고, 벽과 천장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세 살 난 첫째 아들은 금발이 보라색으로 변한 채 ‘아빠 하늘이 보라색이 됐어요! 또 해줘요!’라며 웃더라. 이후 나는 기압 조절 장치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와인 글라스 이후 최고의 발명품”

-시장에서 코라빈을 바로 받아들였나

“처음에는 와인 업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보수적인 와인 메이커와 소믈리에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도 캘리포니아 내파밸리는 매우 적극적이었고,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도 훌륭한 새로운 도구에 대해선 수용적인 분위기었다. 다만 보르도는 보수적이어서 그들이 코라빈을 받아들일 때까지 거의 6년이 걸렸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사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행운도 따랐다. (’와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를 만난 일이었다. 한 친구를 통해 파커를 소개받고 그에게 7년 전에 코라빈을 사용한 와인을 맛보여 줬다. 그는 ‘와인 글라스의 발명 이후 와인 역사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내놨다. 보르도는 코라빈이 와인 판매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비싼 와인을 맛보고 싶으면서도 모셔두기만 하는 사람이 코라빈 덕에 비싼 와인을 더 많이 사게 됐고, 한 병을 다 비우는 부담 때문에 주말에만 와인을 마시던 사람이 매일 잔술을 마시게 된 변화 등이 그들을 움직였다.”

◇맥주, 사케까지 모두 가능하게 발전

-개인 소비자보다는 업장에서 쓰기 좋을 것 같다

“실제 어떤 나라든 초기에는 B2B(기업 간 거래) 매출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업장에서 잔술을 팔 때 갓 개봉한 와인을 언제든 서빙할 수 있으니 유용하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업장과 개인 소비자의 비율이 역전된다. 미국에선 개인 소비자가 90%를 차지한다. 고든 램지 레스토랑이 우리 고객이기도 하지만 데이비드 베컴 부부나, 드웨인 웨이드 등도 우리 고객이다.”

-모든 와인병에 코르크가 있는 것은 아닌데

“업장에선 우린 몇 년까지도 필요 없고 한 달만 보관해도 되니 모든 와인 마개에 적용되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첫 모델 ‘타임리스’에 이은 ‘피벗’이다. 피벗은 코르크 대신 코라빈 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특수 스토퍼로 마개를 막아놓는 방식이다. 이를 쓰면 약 4주는 와인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코라빈으론 와인만 보관할 수 있나

“피벗 발명 후 많은 발전이 추가로 있었다. 이제는 질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넣는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도 4주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맥주도 2주간 보관할 수 있고, 사케도 보관이 된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현실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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