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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자,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기술 플랫폼이 되겠다”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인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 그 시작이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이자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주식 공모 가격 희망 범위를 주당 18~21달러로 제시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IPO로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해 최대 3억1500만달러(약 43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공모가 상단 가격을 적용하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약 20년 전인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이제 만화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1위를 차지할 만큼 모바일 웹툰 생태계의 강자로 성장했다. 네이버웹툰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네이버 계열사 중 첫 미국 시장 상장 사례가 된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 세계 웹툰 시장을 어떻게 이끌려 하는 것일까. WEEKLY BIZ는 네이버웹툰이 SEC에 제출한 359쪽짜리 증권 등록 신고서(S-1, 이하 ‘신고서’)를 밑줄 치며 분석했다.

◇1. “20년간 노력의 정점이자 새로운 시작”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신고서 서두에 첨부한 서한에서 “이번 IPO는 지난 20년간 노력의 정점인 동시에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20년 가까운 시간을 지나는 동안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이미 150여 국에 진출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만 1억6900만명(이상 지난 1분기 기준)에 이르렀다. 네이버웹툰은 보유 콘텐츠 5500만개에, 작품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작가)도 2400만명에 이르렀다. 매출만 12억8300만달러(이상 2023년 기준)를 기록했다.

다만 네이버웹툰의 이 같은 성장세에도 수익은 아직 적자라고 봐야 한다.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을 하긴 했지만 지난해에만 1억448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계속됐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가 3억6330만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향후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영업 및 마케팅 노력에 크게 좌우되며, 영업·마케팅의 효율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마케팅 비용이 수익 증가를 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의균

◇2. 지재권 확보가 미래 성장 동력이자 과제

네이버웹툰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IP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1억800만달러(전체 매출의 8.4%)를 올린 이 영역이 향후 9000억달러 수준의 시장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보고서는 2020년 12월 넷플릭스에서 ‘스위트홈’이 공개된 후 두 달 동안 월 평균 신규 사용자가 직전 2개월 대비 30% 증가했다는 점을 들며 “많은 사용자가 각색된 버전의 스토리(드라마)를 즐긴 후 원작인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기 위해 플랫폼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잘 만든 IP 하나가 다양한 미디어 형식과 다양한 지역에서 팔릴 때 받는 라이선스 비용을 통해 회사의 수익을 크게 늘려줄 뿐 아니라 신규 이용자 확보에까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향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이 투자 위험을 크게 초과하고 투자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당사는 자체 제작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해 각색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까진 외부 제작사에 각색 작업과 제작 비용을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자체 각색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3. 유료 광고 비율 늘리는 게 북미 시장 과제

네이버웹툰이 주로 공략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지만 두 나라의 사정은 차별화된다. 오프라인 만화(만화책)가 발달한 일본에선 현지의 오프라인 만화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우선시된다. 기존 만화 소비자를 웹툰 팬으로 먼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만화 산업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현지의 우수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게 향후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웹툰에 대한 친숙도가 비교적 낮은 북미 지역에선 기존 히트작이나 다른 미디어로 각색된 작품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북미 지역은 “거대한 시장 기회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신규 사용자 확보를 위해 우선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북미에서는 그동안 광고 사업 성장보다는 유료 콘텐츠를 중심으로 웹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왔다”며 “이제는 현지 광고 영업팀을 구축해 더 다양한 광고주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0%가 유료 회차를 열람하기 위해 광고를 시청하는 것을 선호했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넷플릭스·X(옛 트위터)·레딧 사용자에 비해 광고에 주목할 가능성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현재 네이버웹툰의 매출 중 11.3%(1억4500만달러)가 광고 매출, 80.2%(10억2900만달러)가 유료 콘텐츠 매출인데 광고 비율을 더 늘리겠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향후 광고 시장이 6800억달러, 유료 콘텐츠 시장은 13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4. 작가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든 구조

보고서는 이 사업 위험 요소를 언급하면서 첫째로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보고서는 “크리에이터를 유치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적절히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능력에 따라 성장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에이터에게 적절한 기술이나 충분한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제작을 줄이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이는 당사의 비즈니스나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400만명에 이르는 작가를 통해 성장을 일궈냈지만, 계속해서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지 못하면 결국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크리에이터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이버웹툰은 ‘도전 만화’, ‘베스트 도전’ 등 내부 커뮤니티에 아마추어 작가가 웹툰을 올리게 해주고 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와는 정식 프로페셔널 계약을 맺는 구조다.

◇5. 라인야후도 위험 요인으로 꼽아

보고서는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일본의 라인야후(LY코퍼레이션)와의 관계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라인야후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8.7%를 가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이사 선출 투표 권한을 가질 정도의 보통주 투표권을 확보할 계획인 만큼 라인야후도 관련 지분을 가져오게 된다. 보고서는 “당사는 네이버에 의존해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네이버와의 서비스 계약이 종료될 경우 적절한 대체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네이버 또는 라인야후와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제공하는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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