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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토큰이면서 서로 교환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는 한때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사실상 ‘전가의 보도’였습니다. 명문가에 대대로 전해 오는 예리한 보검처럼, NFT를 얹어서 내미는 제안서는 두껍기 짝이 없는 검토와 평가의 장벽도 가볍게 베어 냈습니다.

일러스트=김의균

그러나 강산이 한 차례 바뀌기도 전에 상황은 뒤집혔습니다. NFT 거래 시장조사 업체인 댑갬블(dappGambl)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당시 존재하던 NFT 컬렉션 7만3257개 중 6만9795개(95.3%)는 시가총액이 0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NFT 8850개 컬렉션만 집계하더라도 18%는 아예 가치가 없었으며, 41%는 평가액이 최대 100달러(약 13만원)에 그쳤습니다.

기업들 또한 앞다퉈 NFT 시장에서 발을 빼는 형편입니다. KT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월 NFT 플랫폼 ‘민클(MINCL)’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두나무 산하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인 람다256 또한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E&A와 손잡고 추진했던 NFT를 활용한 영화 커뮤니티 서비스 ‘MMZ’를 지난 4월 마무리했습니다. 빗썸도 오는 30일 NFT 마켓인 네모(NAEMO)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그럼에도 이따금 보이는 NFT 시장 부활 조짐은 실제로는 착시가 아닐까 합니다. 절대다수는 기술적·사업적 효용이 아닌 ‘투기’ 관점에서 거래량 및 가격 상승을 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도지죄(餘桃之罪)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군주 영공이 총애한 ‘미자하’라는 미동(美童)의 일화에서 비롯했는데요, 그가 젊고 아름답던 시절엔 먹다 남은 복숭아를 군주에게 건네도 칭찬을 받았으나 훗날 용모가 시든 이후엔 그러한 행위를 오히려 죄로 추궁당해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획기적인 NFT 기반 아이템이라 해도 최소한 지금은 선보일 때가 아닙니다. 과거 NFT에 열광했던 기업이나 경영진일지라도 이제는 노여움과 질책 이외엔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남긴 복숭아의 죄’를 범해선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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