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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금리 얘기다. 최근 유럽이 거의 5년 만에 기준금리를 조금 내렸지만, 미국 금리는 아직 탄탄히 버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을 이끄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무서운 예언까지 했을 정도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영끌족도, 높은 이자 비용에 투자가 버거운 기업들도, 원금 상환이 찾아온 자영업자들도 너무 힘들다.

이를 모를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알 것이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일까. 고용률과 함께 물가가 핵심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Midjourney

2년 전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했다. 연간 9%가 넘었다. 나는 그때 미국에서 생활했는데, 주유할 때나 장을 볼 때 깜짝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치솟는 물가의 안정을 위해선 높은 금리가 효과가 있다. 부동산 대출 이자, 자동차나 카드사 할부 이자가 생각보다 높으면 집이든 차든 무엇이든 아무래도 덜 사게 된다. 덜 사면 싸진다. 이런 효과를 위해 미국은 그때부터 금리를 쭉쭉 올렸다. 금리 결정에는 물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리가 언제 내릴지 궁금하면 앞으로 물가에 대한 뉴스를 좀 더 관심 갖고 보자. 연간 물가상승률이 적어도 2%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연준도 내심 웃으며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개인소비지출(PCE) 4월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 아직은 더 떨어져야 한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땐 현재의 물가상승률 지표도 중요하지만, 또 중요한 것이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예측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9월 기자회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기대인플레이션을 파악하는 데 쓴다”고 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보통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데 소비자, 기업, 투자자 등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저마다 수치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예측치 자체가 왜 중요하다는 말인가. 사람들의 경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은 이러한 개인 의사결정의 합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높은 물가상승률은 사람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고, 떨어질 돈의 가치를 메우기 위해 회사에 높은 월급을 요구한다. 근로자의 바람대로 임금이 오를 경우, 기업도 제품 가격을 올려 손실분을 메우려고 한다. 이는 또 새로운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 의장들의 특별한 관심도 1960년 후반부터 이어져 온 경제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혹자는 경제학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라는 말을 한다. 결론적으로 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그 수요와 공급을 건든다. 그것이 경제학의 묘미다.

김준목 경제 칼럼니스트(재무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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