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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석

덴마크 정부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제품 3종을 “너무 맵다”며 리콜(회수)한 이후 글로벌 ‘매운맛 논쟁’이 점화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은 지난 11일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 3×Spicy’ ‘핵불닭볶음면 2×Spicy’ ‘불닭볶음탕면’ 세 종의 라면 한 봉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함량이 너무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어 회수 조치를 내렸다”며 “이미 갖고 있는 제품이 있다면 폐기하거나 반품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조치 이후 매운맛 좀 안다는 세계인들 반응이 뜨겁다. 호주 방송 10 뉴스 퍼스트(News First)는 “확실히 덴마크인들은 매운맛을 즐기지 않고, 좀 더 밍밍한 맛(bland taste)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보도했고, 미국 AP는 “이 라면 제품이 회수된다면 왜 (비슷하게 매운) 타바스코나 신선한 할라피뇨는 회수되지 않느냐”는 덴마크 아시아 식품 매장 직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국 BBC에 초대받은 한국인 유튜버 공성재씨는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회수 조치가 내려진 라면의 맛이) ‘마치 차가운 물에 갑자기 뛰어드는 것’ 같은 충격이 될 수는 있겠다”라고도 했다. WEEKLY BIZ는 덴마크 식품 당국 서면 인터뷰와 삼양식품, 국내외 전문가 등을 취재해 이번 ‘매운맛 논쟁’을 다섯 가지 질문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그래픽=김의균

◇Q1. 덴마크가 불닭볶음면을 회수한 이유는.

덴마크 식품 당국은 우선 문제의 불닭볶음면 세 종의 캡사이신 함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했다. DVFA는 본지에 “덴마크 공과대(DTU)가 수행한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평가했고, 해당 제품들이 한 끼 식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이 정도 맵기는) 소비자의 ‘급성 중독’ 위험을 초래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하면 작열감(타는 듯한 느낌), 불편함, 메스꺼움, 구토 및 고혈압 등 급성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DVFA 설명이다.

특히 덴마크 당국은 어린이·청소년 안전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DVFA는 보도자료에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캡사이신 함량이 높은 소스나 수프를 견디는 매운맛 챌린지를 벌이는데 이는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독일에선 매운 과자 먹기 도전에 나선 어린이 여러명이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DVFA는 ‘할라피뇨나 타바스코 등 매운맛을 내는 식품이 많은데 왜 한국 라면만 회수하느냐’는 본지 질문에 대해 “타바스코는 향신료이며 (라면과 달리) 한 끼 식사로 섭취하지는 않는다. 이는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답했다.

◇Q2. 삼양은 왜 반박했나.

나라마다 ‘위험 식품’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는 있는데,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삼양식품은 이번에 덴마크 식품 당국에 반박 의견서를 내며 적극 대응하는 양상이다. 이유는 뭘까. 삼양식품 측은 우선 덴마크가 회수 조치를 내린 제품들이 먹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 제품이란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20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 100여 국에 수출 중인 제품으로, 각국의 식품법을 준수해 생산되고 있고 섭취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캡사이신 함량이 높다고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것은 제품 판매가 시작된 이래 최초”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마다 국내외에 팔리는 불닭볶음면만 연간 10억봉지인데, 맵다고 사망한 사례 등 위급 상황은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며 “원래 매운맛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맵다고 리콜하니 다소 황당하다”고 했다.

삼양식품이 반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엉터리 함량 측정’이다. DVFA가 덴마크 공과대에 의뢰해 얻은 라면 한 봉지당 캡사이신 함량 분석에 따르면, 불닭볶음탕면엔 42.4㎎, 핵불닭볶음면 2×Spicy는 69.6㎎, 핵불닭볶음면 3×Spicy엔 113.0㎎ 등의 캡사이신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조리 전 라면의 면발에까지 캡사이신이 골고루 들었을 때를 가정한 오류란 게 삼양식품 측 설명이다. 캡사이신은 액상 소스에만 들었기 때문에 회수된 종류의 라면 한 봉지당 캡사이신은 DVFA 분석치의 4분의 1 수준인 11.1~27.8㎎에 그친다는 것이다. DVFA도 본지 취재에서 “캡사이신은 라면 소스에만 포함된 게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소스에 든 캡사이신 수치만으로도)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 해당 제품은 계속 리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측은 “덴마크 법률 대리인을 통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Q3. 덴마크인이 유독 ‘맵찔이’인가.

불닭볶음면이 수출되는 100여 국 가운데 유독 덴마크에서 불닭볶음면 일부 제품의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것은 덴마크인들이 매운 양념에 대한 포용도가 낮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맵찔이(매운 것을 잘 못 먹는다는 뜻) 바이킹”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본지가 DVFA에 ‘덴마크인들이 유독 매운맛을 꺼리는 게 아니냐’고 질문하자, DVFA는 “전통적인 덴마크 요리는 맵지 않은 것이 맞는다”면서도 “덴마크 식단은 매우 국제적이고 다양하며 아시아, 멕시코, 이탈리아 및 기타 요리를 포함한다”고 답변했다. 덴마크인이 유독 매운맛에 약해서 회수 조치를 한 게 아니라, 매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위험 증상이 관찰됐기 때문에 회수 조치가 내려졌을 뿐이란 설명이다.

◇Q4. 매운맛은 위험한가.

그렇다면 불닭볶음면은 얼마나 매울까. 스코빌지수(SHU·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로 따져, 핵불닭볶음면 3×Spicy는 1만3000SHU, 핵불닭볶음면 2×Spicy 8000SHU, 불닭볶음탕면 4705SHU 정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청양고추를 통상 1만SHU 정도로 보기 때문에 핵불닭볶음면 3×Spicy는 청양고추보다 다소 맵고, 나머지는 청양고추보다 맵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매운 과자 챌린지에 쓰인 ‘파퀴 칩스’란 과자는 스코빌지수가 220만SHU까지 나와 핵불닭볶음면 3×Spicy의 170배에 이른다.

서구권에선 캡사이신 섭취를 적정 수준으로 하라고 권고한다. 독일의 연방위해평가원(BfR)은 “식사 중 견딜 수 있는 매운 맛은 60㎏ 성인이 한 끼에 300㎎의 캡사이신을 섭취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크리스천 모로 호주 본드대 의대 교수는 “매운 음식을 자주 즐기면 통증 신경이 덜 민감해져 아시아나 남미 일부 국가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더 잘 먹는다”며 “그래도 (너무 맵지 않게) ‘매운맛 안전 지대’에 머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플로리다 국제대(FIU) 엘리사 트루코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 챌린지에 도전하며 자신의 인기나 지위가 높아질 것을 기대해 매운맛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캡사이신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캡사이신은 독이 아니고, 오히려 체중 조절 등에 활용되는 약에 가깝다”며 “만약 (불닭볶음면 정도가) 너무 맵다고 제품 회수 조치를 했다면 그건 ‘오버’”라고 했다.

◇Q5. 미소 짓는 삼양?

이번 ‘매운맛 논쟁’에서 사실 가장 득을 보는 건 삼양식품 측이란 해석도 나온다. 덴마크의 회수 조치가 오히려 불닭볶음면을 알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불닭(Buldak)’ 검색량은 이달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이나 호주 ABC 방송 등에선 기자들이 회수 조치가 내려진 불닭을 시식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삼양식품 측은 이 같은 반응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런 (회수 조치) 이슈는 자칫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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