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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거대 소비 시장 중국에서 막강한 브랜드력을 앞세워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따라 고개 숙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에다 현지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CNN은 “급부상한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수십년간 큰돈을 벌었던 서구 기업들의 계속되는 베팅은 더 이상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고 최근 전했다.

◇테슬라도 애플도 할인 또 할인

중국 시장 내 위기 경보가 켜진 대표적인 곳은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다. 테슬라와 애플은 각각 비야디(BYD)와 화웨이라는 강력한 중국 토종 경쟁자들에게 자존심을 굽히고 할인전까지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승용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테슬라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달보다는 17% 늘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7% 줄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테슬라는 지난 4월에도 전년보다 판매량이 18% 줄었다. 연이은 판매 부진에 테슬라는 지난 3~6월 약 4개월 동안 주력 제품인 모델Y의 총생산량을 지난해 동기보다 20% 넘게 줄이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 내 전기차 과잉생산으로 인해 가격 전쟁이 벌어지자, ‘깎아줘도 비싼’ 테슬라의 설 자리가 계속 사라지는 추세란 점이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 4월 중국에서 모델Y 가격을 2021년 출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렸고, 모델3 구매자에겐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등 판매 촉진책을 내놨지만 판매 반등은 없는 상태다.

애플도 상황은 비슷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했다. 반면 애플은 1분기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 등) 매출이 8% 줄었다. 이에 애플도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15의 모든 모델의 가격을 최대 1300위안(약 25만원) 내리는 파격 할인책을 내놓기도 했다. 출시된 지 5개월밖에 안 되는 신제품 가격을 최대 20%까지 깎아준 것이다. 이에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스마트폰 브랜드(블룸버그 인텔리전스)’라는 명성은 되찾아왔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란 평이다.

◇콧대 높던 스타벅스까지

중국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려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선 곳은 글로벌 테크 기업만이 아니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은 소비재 브랜드도 중국 시장 수성에 비상이다. 특히 스타벅스는 하워드 슐츠 창업자가 중국을 방문해 “가격 전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지 한 달여 만에 각종 할인 행사에 나서며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이다.

스타벅스의 할인 행사는 주로 쿠폰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스타벅스 반값 뽑기’ ‘스타벅스 3위안에 마시기’ 등 스타벅스 커피를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 인기다.

지금까지 중국 스타벅스는 콯대 높은 커피였다. 중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톨 사이즈 기준 25위안(약 4800원)인데, 물가가 더 높은 한국보다도 비쌌다. 그러나 중국 시장 1위인 ‘루이싱커피’와 루이싱커피 출신이 창업한 ‘코티커피’가 ‘9.9위안 커피’ 경쟁을 시작하면서 스타벅스 역시 고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스타벅스가 쿠폰 등으로 각종 할인에 나서며 스타벅스의 지난해 객단가(소비자 한 명당 매출)는 전년 대비 9%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불쌍한 소비’ 이어지는데

깎아서 팔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되는 현상은 중국 시장 전반에 전염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한 주간 할인받을 수 있는 매장 명단의 공유가 유행하기도 한다. 월요일엔 맥도널드에서 맥너깃을 무료로 먹고, 화요일엔 타스팅(중국 햄버거 브랜드)에서 ‘1+1′ 행사를, 수요일엔 도미노피자에서 30% 할인을 받으라는 식이다. 중국 브랜드도 끼어 있긴 하지만 할인 명단의 대부분은 외국계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침체에서 기인한 이런 ‘불쌍한 소비(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할인 행사를 쫓는 소비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가 앞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란 점이다. 그렇다고 서구 브랜드들이 거대 중국 시장을 버리기에도 쉽지 않다. CNN은 “일부 서구 브랜드는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가격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지 운영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가격 할인’이 쉬운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양왕은 “불리한 환경에도 서구 글로벌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대거 철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은 중장기적으로도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고, 중산층 소비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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