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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최근 게임스톱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2021년 1월 이른바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관 투자자들은 “내가 하락에 베팅(공매도)하면 주가가 금방 내려갈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사들여 주가를 밀어올리고, 기관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지난 5월 이후 게임스톱 주가가 다시 한 번 크게 올랐지만, 기관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 공매도에 다시 나서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이처럼 공매도 투자자는 사실 매우 취약합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서 판 다음에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입니다. 주식을 사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롱 포지션(long position)은 투자금을 모두 잃는 게 최대 손실이지만, 공매도는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어 더 위험하죠. 누군가 나를 상대로 ‘저 사람이 죽으면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기분이 나쁠 겁니다. 보통 공매도는 기관 투자자가 하니 ‘부유한 특권층 악당’의 횡포처럼 여겨지기도 쉽습니다.

그럼에도 공매도엔 순기능이 있습니다.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는 걸 막아줍니다.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입니다.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더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가 나타나 가격을 끌어내립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지방은행 도미노 파산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공매도 금지 논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근무하는 경제학자들이 반대했죠. 공매도를 금지하면 뭔가 대책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기에 ‘정치적 이익’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론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유권자의 인기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독재자’가 공매도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금지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보기에도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앤드류 메트릭 예일대 교수/예일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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