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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나이키 매출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매슈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7일 미국 증시 마감 후 진행된 실적 발표회에서 내놓은 우울한 전망의 파장은 컸다. 다음 날인 28일 나이키 주가는 곧장 20% 하락했다. 1980년 나이키가 상장한 이래 하루 최대 낙폭이다. 나이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분기(2024년 3~5월) 나이키 매출은 126억600만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128억2500만달러) 대비 1.7% 감소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투자자들의 실망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프렌드 CFO가 실적 발표회를 통해 직접 밝힌 매출 감소의 원인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경기 둔화 우려)’과 ‘환율상의 역풍(달러 강세)’이다. 여기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나이키의 핵심 상품인 운동화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WEEKLY BIZ는 나이키의 실적 발표회 녹취와 SEC 제출 실적 보고서 등을 분석해 나이키 추락의 배경이 된 악재를 파헤쳤다.

그래픽=김의균

◇중국 경기 불안·달러 강세가 두렵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와 프렌드 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거시 경제 불확실성 고조와 환율 상황 악화로 인해 2025년 회계연도 실적에 대한 전망치를 낮추게 됐다”고 밝혔다. 나이키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 등)의 경기 둔화다. 중국 내 매출은 나이키에 ‘동아줄’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5월 북미(-1%), 유럽·중동·아프리카(-2%)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중화권 매출은 3%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소비자들까지 지갑을 닫으면 나이키가 직면한 매출 하락세를 반전시킬 동력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달러 강세는 나이키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초 102.2에서 지난해 말 105.9까지 뛰어올랐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감소한다”고 전했다. 달러 기준으로 정해진 가격을 현지 통화로 환산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비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력 상품’이 안 팔린다

나이키의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에선 주력 상품인 운동화 매출이 줄고 있다. 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 3~5월 북미 지역 운동화 매출은 35억8700만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38억700만달러) 대비 5.8% 감소했다. 글로벌 운동화 매출이 3.6% 감소했는데, 북미 지역에서 매출 감소세가 더 두드러진 셈이다. 같은 기간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매출이 4.9% 감소했다. 나이키가 2003년 인수한 스니커스 브랜드인 컨버스 역시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5월 매출이 4억8000만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5억8600만달러) 대비 18.1% 감소했다. 나이키의 핵심 매출원인 운동화 판매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지난 3~5월 운동화 매출은 82억3700만달러로, 의류(33억2300만달러)와 운동 장비(5억7800만달러) 매출 합계의 두 배가 넘는다. CNN은 “나이키가 신생 러닝화 브랜드인 ‘호카’나 ‘온’ 등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나이키 주가는 30.6% 하락했는데, 데커스 아웃도어(호카)와 온 홀딩스 주가는 40% 이상 상승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아디다스의 주가도 20% 이상 올랐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가 올 상반기 14.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키는 시장 전체의 상승세와는 전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인 셈이다.

◇주주 환원에 힘쓰고는 있다

나이키는 주주 환원에도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2024년 회계연도에 22억달러를 배당으로 지급했다. 한 해 전 대비 8%가량 늘어난 규모다. 나이키는 실적 보고서에서 “22년 연속 배당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소위 배당 귀족주(25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서 주주에게 과실을 나눠줬다는 의미다.

또한 나이키는 2024년 회계연도에 43억달러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수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주 환원 노력만으로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래픽=김의균

◇여성 운동용품이 돌파구 될까

나이키는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레깅스다. 도나호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4분기(3~5월) 우리의 핵심 상품인 레깅스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지난 몇 분기 동안 유니버사, 젠비, 고 등 혁신적인 레깅스 상품을 내놨다”고 밝혔다.

나이키의 실적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2023년 6월~2024년 5월) 성인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의 매출(85억8600만달러)은 성인 남성이 구매하는 신발이나 의류 매출(208억680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이키는 여성용 의류와 신발 매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렌드 CFO는 “4분기(3~5월) 나이키는 한국에서 여성 일상화 부문 1위 자리를 되찾았다”며 “일본에서도 해당 부문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고 했다.

◇단기간에 실적 호전은 어렵다

나이키의 실적은 주춤하지만, 사실 스포츠 의류·운동화 산업 전반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도나호 CEO는 “스포츠도 성장하고 있고, 스포츠에 대한 ‘정의’도 넓어지고 있으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몇 주 전 중국에 갔을 때 건강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보고 꽤나 놀랐다”고 했다. 그는 애슬레저(athleisure)라는 단어도 꺼내들었다.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할 때 입기 적당하면서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옷차림을 의미한다. 도나호 CEO는 “사람들은 운동할 때도 멋진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스포츠를 즐기는 느낌을 주고 싶어 한다”고 했다.

다만 나이키 경영진도 단숨에 실적을 호전시키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 과정에 프렌드 CFO는 “나는 나이키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품 사이클 전환의 과정을 겪어본 적이 있다”며 “(전환의 과정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도전적인 상황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는 다만 “우리가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고객들을 다시 우리의 새로운 상품 앞에 데려다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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