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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비만인 시대입니다. 비만은 200여개 질병으로 하는 ‘관문 질병(Gateway disease)’입니다. 비만을 치료하면 수많은 질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비만치료제는 식욕뿐만 아니라 술이나 담배, 마약에 대한 갈망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습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기반 비만치료제가 ‘21세기판 만병치료제’로 등극할 수 있을까요?

조엘 해브너 박사

WEEKLY BIZ는 GLP-1 유사체의 발견에 큰 공헌을 한 과학자들과 중독, 치매, 알츠하이머병, 난임 치료 효과에 대해 검증하는 과학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에 대한 초기 연구를 이끈 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조엘 해버너 교수는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아귀의 췌장에서 발견한 유전자에서 시작해 이러한 약품이 탄생한 건 놀라운 일”이라며 “당뇨병 치료, 식욕 조절, 염증 치료에 모두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교수님이 아귀(Anglerfish)에 대한 연구에서 글루카곤 유사 펨타이드-1(GLP-1) 연구에 대한 힌트를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아귀의 췌장에 있는 유전자에서 발견한 것이지요. GLP-1과 GLP-2의 발견입니다. 아귀와 포유류는 ‘진화 상의 거리’가 매우 먼 생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류를 포함한 포유동물에서의 효과에 대해 기대했습니다.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최근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욕구를 억제하고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졌죠. 인류 건강에 이바지했다는 점이 기쁩니다.”

-인슐린을 투약하는 것보다 체내에서 분비를 유도하는 건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인슐린은 치료 지수(therapeutic index)가 매우 좁은 약물입니다. 그러니까 적정량만 투약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인슐린 주사 시 가장 큰 부작용이 저혈당증(hypoglycemia)입니다. GLP-1 유사체는 단순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도 억제하죠. 효과적인 당뇨 치료 약물인 셈입니다.”

-GLP-1 유사체가 체중 관리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GLP-1 유사체가 위 억제 펩타이드(gastric inhibitory peptide)와 같은 작용을 해서 소화를 늦추는 게 있죠. 당연히 덜 먹에 되니까 체중이 줄어듭니다. 노보노디스크가 만든 세마글루타이드는 반감기가 일주일 정도 매우 기니까 약효도 오래 지속되어서 체중 관리 효과도 좋죠. 그런데 이러한 GLP-1 유사체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줄여줍니다.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먹고 싶어하는 마음을 줄여주는 겁니다. 중추신경계 어디에선가 작용한다고 봐요. 이 때문에 음식에 대한 욕구뿐 아니라 다른 욕구도 줄여주면서 중독에 대한 치료 효과도 있는 게 아닐까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 대한 치료 효과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염증(inflammation)을 줄여주는 효과에도 주목해볼 수 있어요. 수용체가 필요하지 않은 펩타이드가 혈류로 들어가서 어떤 작용을 할지 모릅니다. 펩타이드의 일부가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면 염증이 원인이 되는 질환을 해결할 수 있죠.

(다양한 적용증 덕분에)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수백만명까지 늘어났을 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가 의미 있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약물을 복용하는 연령대와 성별이 비슷한 사람의 특정 질환 발생률, 유병률을 추적하면 특정 질환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죠. 이러한 연구를 통해 GLP-1 유사체 약품을 이용해 염증성 장 질환을 줄였을 때 대장암 발병 위험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등을 추적 조사할 수 있습니다. 미국 미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를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도 승인했다고 합니다. 심장마비와 뇌졸중과 관련된 심혈관 합병증이 20%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GLP-1 유사체 기반 약품으로 살을 뺐을 때 근육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근육량이란 골격근(skeletal muscle)을 말하는 것입니다. 골격근은 우리 몸을 지탱하고 힘을 주는 역할을 하고,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체내 지방은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과 같습니다. 따라서 화물을 많이 실은 트럭을 움직일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체지방을 줄어들면 단순히 체중이 줄어드는 것에 불과한 수치인 것과 같지만, 실제로는 몸의 에너지 보관과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죠. 근육량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약효가 오래가는 약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죠. 지금은 일주에 한 번 주사를 맞죠. 그런데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어쩌면 6개월에 한 번만 투약하면 되는 주사가 나올 수 있어요. 현재 일부 약품에는 6개월에 한 번 접종하면 되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는 최신 기술이죠.”

-미국의 버니 샌더스 같은 정치인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선 약품이 너무 비싸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생산비용(5달러)과 한 달 투약분 구입 가격(약 1000달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건 맞습니다. 두 번째는 보험의 ‘커버리지’ 문제입니다. GLP-1 유사체 약품은 지방간 같은 질병에도 유효한 치료법이 됩니다. 간 질환, 뇌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약물·알코올 중독과 흡연에 대한 일종의 치료 효과를 예상하고 있죠. GLP-1 유사체 약품의 다양한 질병 예방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를 보장해주는 보험은 전체 건강 개선 차원에서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비만이라는 질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는 전체 인구 증가 속도 보다 빠릅니다. 초가공식품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죠. 식품 산업에 변화는 필요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나 각종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해 우리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진화의 속도는 환경 변화의 속도에 비해 느립니다. 기후 변화를 포함해 인류를 둘러싼 환경 차원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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