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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중국 최고 수준의 로봇 41종(種), 수백 대의 로봇 군단이 470m에 이르는 생산 라인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어느 나라, 어느 공장에서도 찾기 어려운 풍경일 겁니다.”

지난 8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의 퉁웨이(通威) 태양광 생산 기지. 축구장 126개 넓이인 90만㎡ 부지에 펼쳐진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셀 여러 개를 사각 틀 안에 배열한 태양광 완성품) 기지를 찾은 기자에게 오스틴 부총경리(부사장급)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한쪽 벽면의 4분의 3쯤(350m)은 거대한 통유리창 구조였다. 창밖에서 유리 등 태양광 원재료가 모듈로 가공되는 전(全) 과정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공장 내부는 높은 자동화율 덕분에 ‘사람’ 직원은 거의 없고, 형형색색의 로봇 수백 대가 미끄러지듯 오갔다. 거대한 ‘유리 어항’을 연상케 했다. 매일 이 기지(공장 3곳)에 6500t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가 투입되는데 원자재 이동부터 가공, 검수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이 맡는다고 한다.

그래픽=김성규

올해는 미국 통신 기업 AT&T의 벨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발명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태양광 발전을 두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슬리지 않는 혁명”이라 표현했다. WEEKLY BIZ는 그 혁명의 과정에 ‘태양광의 지배자’란 별칭을 얻은 중국을 찾아 세계 최대 태양광 기지를 르포하고, 전문가들 조언을 얻어 태양광의 미래를 조망했다.

◇中공장 “효율과 속도가 생사 갈라”

70년 전인 1954년 미국은 태양광 기술을 개발하고도 적극 육성하진 않았다. 당시로선 지나치게 높은 설치 비용(한 가구당 140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19억원)이 기술 발전의 독이 됐다. “미국은 발명만 있고 실행은 없는 국가가 됐다(애틀랜틱 먼슬리 2023년 신년호)”는 비판이 나온 까닭이다. 미국이 움츠려 있는 동안 중국, 독일, 일본 등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제 태양광은 세계 발전 사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자리 잡았다.

중국 장쑤성 옌청시의 퉁웨이 태양광 생산 기지의 M2 공장 내부. 로봇들이 태양광 모듈에 쓰이는 유리를 옮기고 있다./옌청=이벌찬 특파원
퉁웨이 옌청 태양광 생산 기지의 M2 공장에서는 '로봇 팔'이 태양광 모듈 제조의 정밀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옌청=이벌찬 특파원

특히 중국은 태양광을 미래 산업으로 낙점하고 주도권 선점을 위해 속도전을 펼쳐왔다. 기자가 찾은 퉁웨이 태양광 생산 기지는 태양광 기술의 집대성이었다. 중국은 이 하이테크 태양광 모듈 생산 기지를 만들기 위해 60억위안(약 1조1400억원)을 투입했다. 공장의 간판 자리에는 ‘효율이 이익을 결정하고, 속도가 생사를 가른다’는 슬로건이 나붙었다. 하역장부터 작업장까지 투입된 각종 로봇은 이 공장의 ‘효율’과 ‘속도’의 비밀이었다. 로봇들은 중국 최고의 기술 기업 하이크비전, 오토웰 등 6~7곳으로부터 집중 공수했다.

태양광 산업은 기초 소재에서 완제품 순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전지(셀)→모듈로 이어진다. 퉁웨이는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원재료와 완제품 두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며 중국의 ‘태양광 독점’을 이끄는 기업이 됐다.

오스틴은 “이 기지 한 곳에서만 연간 41기가와트(GW) 규모의 모듈이 생산되는데, 1GW 규모를 단 100명이서 생산하는 꼴”이라며 “세계 태양광 모듈 기지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최고의 자동화 수준을 구현해 필요 인력을 30% 이상 감축했다”고 했다.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량 총량은 740GW 수준으로, 퉁웨이는 옌청 기지를 주축으로 10%(72GW)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조사 업체 PV인포링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퉁웨이는 누적 기준 태양광 전지 200GW 규모를 출하해 6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또 태양광 설비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량도 지난해 45만t으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40년대엔 인류 최대 에너지원

한국에선 한때 “원전을 없애겠다”는 구실로 태양광 시설 설치를 마구 늘려 부작용이 속출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선 태양광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의 대표 주자로 차츰 인정받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도 태양광은 주요 발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분기 기준 미국의 태양광 총 설치 용량은 200GW까지 증가했다.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량이 가장 많은 나라 미국에서 현재 생산 중인 원전 에너지가 95GW 수준이니 태양광이 원자력을 앞지른 것이다.

이 같은 태양광 중심의 발전 기조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70년 역사 동안 비싼 설치 비용에 발목 잡혀왔던 태양광은 이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약 1600테라와트(TW)의 전력이 생산됐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력의 약 6%가 햇빛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태양광 발전의 확산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용량은 3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2026년엔 전 세계 모든 원자력발전소, 2027년엔 풍력발전소, 2028년엔 수력발전소가 생산하는 발전 용량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어 2030년에는 가스 화력발전소, 2032년에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넘어서서 2040년대에는 인류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광 발전이 이처럼 빠르게 확장 가능했던 것은 규모의 경제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덕분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70년대에서 2020년대 초반까지 연간 태양광 발전 설비 생산이 20배 늘어나는 동안 태양광 모듈 생산 가격은 5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더 많이 만들수록 발전 단가에 해당하는 비용이 그만큼 더 싸진다는 것이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을 지낸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모듈 생산에서 남아있는 유일한 진입 장벽은 ‘자본’뿐이다”라며 “중국 기업들이 국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기술자들을 영입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듯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자본만 있다면 누구든 태양광 모듈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태양광의 단점을 극복할 수단은

태양광은 풍력·수력처럼 전기 생산을 위한 터빈 기술 등이 필요 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해가 뜨지 않는 밤이나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선 발전을 할 수 없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향후 태양광 발전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되면 배터리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보관·수송하는 주력 수단으로 떠올라 태양광의 단점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배터리 또한 태양광 모듈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품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로키마운틴연구소는 지난 30년간 1㎾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비용이 99% 하락했다고 추산했다.

그래픽=김성규

배터리가 태양광과 맞물려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낮의 전기를 밤에 쓸 수 있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낮시간대 해가 잘 드는 곳에선 폭발적으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의 특성상 남아도는 낮 전기는 배터리를 통해 이송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선트레인이란 에너지 기업은 위스콘신주(州)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100량 규모 열차에 실어 하루 두 번 미 동부로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는 매우 무겁지만 배터리 이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만 2.6TW에 달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기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이 방식은 기존 고압 송전선에 비해 주민 반발도 적어 새로운 대안으로 꼽힌다.

그래픽=김성규

만약 배터리를 통한 보관·수송이 어렵다면 아예 다른 연료로의 변환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물에 전기를 투입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고, 여기서 나온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물과 햇빛이라는 태초부터 지구에 있던 것들이 만나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독점이 위기? 새로운 기회일 수도

햇빛이 들지 않는 밤이 태양광 산업의 ‘지나간 위기’라면 중국 독주 시장은 ‘해결해야 할 위기’로 꼽힌다. 석유 시장에서 오펙플러스(OPEC+)로 대표되는 중동·러시아 등 산유국이 에너지 시장을 독점했다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성규

실제 중국은 이미 태양광 모듈의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완성품까지 전 제조 공정에서 독보적 지위를 다졌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의 93%를 생산했다. 모듈의 점유율도 사실상 독점 수준이다. 중국이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은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듈보다 두 배가 많다. 이마저도 실제 생산에 이른 모듈을 분석한 것으로 생산 가능한 모듈의 총량을 따지자면 중국의 생산 능력은 다른 지역 전체의 5배에 달한다. 중국이 생산을 끊어버리면 세계 태양광 시장이 멈춰 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 빠르게 성장하는 자국 수요 등을 바탕으로 ‘태양광 시장’을 장악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김성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등 서구권에선 중국 견제에 나선다.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 5월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4월 권역 내 태양광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내에선 국가 보조금을 받아 성장한 태양광 기업이 너무 많다보니 자국 내 과잉 경쟁 체제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현재 이미 세계 10위권 안의 기업들은 사실상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했고, 태양광 모듈을 계속 찍어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20년까지만 해도 34센트였던 태양광 모듈 가격은 현재 10센트 수준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주요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도 진코솔라가 7.72위안(2022년)에서 3.51위안(현재)으로, JA솔라가 43.20위안(2022년)에서 18.85위안(현재)으로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도 등 경쟁국이 이 시장에 본격 뛰어들며 과잉 경쟁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다만 태양광 모듈의 과잉 생산과 출혈 경쟁이 향후 아프리카 등 전기 부족 국가들의 밤에 빛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아프리카는 모든 대륙 중 1인당 전기 사용량이 가장 낮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6억명은 아예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1인당 평균 전기 사용량이 두 배 이상 높은 인도 수준으로 높아지려면 2TW의 새로운 태양광 발전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는 “2TW에 이르는 새로운 태양광 모듈 공급은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오늘날의 가격으론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후엔 이 목표가 달성될 것”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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