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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는 타이어에는 ‘카본 블랙’이란 고무 제품의 강도를 높이는 새까만 색의 배합제가 들어간다. 짐을 한가득 얹은 20t 이상의 초대형 트럭이 물렁물렁한 고무 재질의 타이어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이유도 열전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마법의 흑색 가루’ 카본 블랙 덕이다. 만약 인류에게 카본 블랙이 없었더라면 마모된 타이어를 수시로 갈아 끼우는 타이어 교체소가 주유소보다 많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카본 블랙도 단점이 있다. 기름이나 석탄을 태우면 나오는 검은 그을음을 모아 만드는 게 카본 블랙인지라,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에 화학 연료를 새로 태워 카본 블랙을 만드는 게 아니라,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재생 카본 블랙을 얻어 내는 방법을 찾아낸 스타트업이 있다. 2022년 창업 이후 중소 벤처기업의 최대 스타트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대상, 누적 투자금만 800억원에 이르는 엘디카본이 그 주인공이다. WEEKLY BIZ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엘디카본 본사에서 황용경(39) 대표를 만나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열분해로 탄소 배출 절반으로 ‘뚝’
-엘디카본은 어떻게 폐타이어에서 재생 카본 블랙을 추출하나.
“폐타이어를 3㎜ 크기의 작은 조각들로 분쇄한 뒤, 원통형 체임버에 넣어 온도를 높게는 섭씨 1000도 이상 올리고 화학 결합을 끊어내는 ‘열분해’ 방식을 쓴다. 산소와 함께 연소를 하는 게 아니라, 산소가 제한된 공간에서 불에 직접 닿지 않고 열을 가하는 ‘간접열’로 분해하는 식이다. 이렇게 재생 카본 블랙을 추출하면, 카본 블랙을 새로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열분해 방식은 직접 개발한 것인가.
“그렇다. 사실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카본 블랙을 추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한국타이어 등에서 먼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카본 블랙 입자가 미세 먼지만큼 잘아 생산 과정에서 시설물 여기저기로 날려 다루기 어려운 데다, 쉽게 운반하기 위해 한번 뭉쳐두면 카본 블랙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 때 입자가 잘 안 풀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우리는 카본 블랙 입자를 눈덩이 뭉치듯 키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우리만의 특수 공정을 거쳐 각종 카본 블랙 활용 제품을 만들 때 이 입자가 잘 풀어지도록 했다.”
-최근 4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그 비결은
“엘디카본의 가장 큰 무기는 인재다. 최근 우리나라 투자 업계는 초기 자본 지출이 큰 제조업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엘디카본도 창업 초기에는 투자자들에게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리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설득에 힘을 보탰다. 무기화학을 전공해 금호석유화학에서 기술영업을 했던 내가 사업 구조를 짰고, 석탄발전소를 직접 설계한 경험이 있는 백성문 대표가 공장을 설계하겠다고 하니 투자자들도 ‘이들이라면 할 수 있겠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외국계 기업 임원, 엔지니어 등 각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로 창업 멤버를 꾸렸다.
◇목표는 ‘글로벌 넷제로의 1등 공신’
-현재 재생 카본 블랙 시장에서 점유율은.
“재생 카본 블랙 시장에선 우리가 지난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점유율 기준, 전 세계 1등이다. 아직 카본 블랙 전체 시장에선 점유율이 1% 수준이지만 ‘넷제로(탄소중립)’가 전 세계적 추세가 된 만큼 점유율은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엘디카본의 공장은 현재 한 곳이지만 2035년까지 전 세계에 12개 이상의 공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체 카본 블랙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창의성은 다양성과 다양성이 곱해져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할 아이템은 있지만, 이를 사업적으로 구현할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이를 갖춘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면 된다. 성공할 확률을 고민하면서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머리를 맞대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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