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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아이돌 포스터/패러엔터테인먼트 제공

동그랗고 큰 눈, 오똑한 콧날, 결점 없는 피부에 세월의 흔적도 완벽히 피해간다. 음주 운전이나 비밀 연애 등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사생활 논란도 없다. 말 그대로 ‘완벽한 아이돌’. 최근 전 세계 곳곳의 젊은 층을 사로잡은 버추얼 아이돌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란 컴퓨터 그래픽이나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2차원(2D)·3차원(3D)의 아바타(가상 인물)로 활동하는 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이다. 아바타 뒤에 있는 사람이 버추얼 아이돌을 앞세워 콘서트나 라이브 방송도 하고, 아예 AI를 본체로 둔 버추얼 아이돌도 탄생 중이다.

그간 소수의 마니아 문화인 서브 컬처(하위 문화)로 평가받던 버추얼 아이돌이 진화 중이다.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얻으며 대중음악에서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 곳곳에 팬덤이 만들어지고, 대형 기획사들까지 이 신흥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버추얼 아이돌 및 유튜버 시장은 지난해 10억8279만달러에서 오는 2029년 40억4433만달러(약 5조5000억원)까지 3.7배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의균

◇미국 최대 음악 행사까지 진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버추얼 아이돌은 2007년 활동을 시작한 일본의 ‘하쓰네 미쿠(Hatsune Miku)’다. 하쓰네 미쿠는 당초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청록색 눈과 양갈래 머리를 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 판매, TV광고 출연 등까지 하게 됐다. 게다가 유튜브를 주무대로 각종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팬들을 끌어모았고, 8월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313만명에 이르는 ‘대형 아이돌’이 됐다. 올 4월엔 버추얼 가수 최초로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일본을 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은 셈이다.

하쓰네 미쿠가 개척한 버추얼 아이돌 산업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버추얼 유튜버 채널은 약 1만2000개, 전체 구독자 수는 4억5000만명(중복 포함) 수준이다.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유튜버를 구독하는 이들이 일본 전체 인구(1억2263만명)의 3.7배 수준인 셈이다. 일본에선 버추얼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애니컬러, 커버 등과 같은 기업들이 도쿄증권거래소에까지 상장한다. 버추얼 아이돌의 사업성이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는 평가다.

플레이브 포스터/플레이브 제공

◇국내에서도 음원 시장 휩쓸어

이 같은 버추얼 아이돌 문화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 등은 MZ세대를 주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 12월 발매한 이세계아이돌의 첫 앨범 ‘RE:WIND’의 음원은 한때 가온 다운로드 차트 1위에 올랐고, 2집인 ‘KIDDING’은 빌보드 한국 차트 3위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데뷔한 플레이브의 경우, 지난 3월 국내의 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곡 ‘WAY 4 LUV’로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17일엔 플레이브의 전체 발매곡 기준 스트리밍 횟수가 10억회를 돌파하며 멜론의 ‘빌리언스 클럽’ 역대 최단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월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메이브는 이세계아이돌이나 플레이브와 달리 ‘진짜 사람’ 본체가 없이 AI가 사람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탄생했다. 8월 현재 기준 메이브의 유튜브 구독자는 25만명이다.

◇콘서트, 웹툰 등 커지는 시장

버추얼 아이돌이 활약하는 시장은 음원·방송 시장을 넘어 오프라인 콘서트, IP(지식재산권) 사업 등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세계아이돌이 개최한 오프라인 콘서트는 유료 티켓(5만5000~9만9000원) 2만장이 완판됐다. 지난 4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플레이브의 첫 단독 콘서트도 10분 만에 매진되는 등 버추얼 아이돌의 무대를 구경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원불변한 나만의 아이돌’이란 점을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10대에 활동을 시작한 버추얼 아이돌은 세월이 흘러도 10대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며 “영원히 변치 않는 데다, 꾸준히 팬미팅을 열어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 팬들과 많이 소통해 팬심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이세계아이돌의 경우,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카카오웹툰에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이라는 웹툰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 웹툰은 올 초 단행본 제작을 위한 펀딩을 시작했는데, 펀딩 24시간 만에 후원금 약 25억3000만원이 모였다. 이세계아이돌을 운영하는 패러블엔터테인먼트 김영비 대표는 “페스티벌·콘서트, 커머스 사업을 확장한 덕에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130억원을 기록했다”며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늘리고, IP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글로벌 팬덤이 늘고 연예기획사, AI 업체 등 시장 참여자 증가와 함께 고속 성장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의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4432만달러에서 오는 2029년 5억9675만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버추얼 아이돌·유튜버 시장도 2억4722만에서 11억3090만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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