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도쿄의 관광 명소로 꼽히는 시부야 쓰타야가 지난해 10월 시작된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올해 4월 다시 문을 연 모습/쓰타야 홈페이지

도쿄 시부야의 랜드마크 Q프론트 빌딩에 입점한 ‘시부야 쓰타야’ 는 도쿄 여행객에게 추억의 장소다. 1999년 지하 2층, 지상 8층으로 지어진 이 빌딩의 대부분은 CD나 DVD, 책을 판매·대여하는 쓰타야 매장이 차지했다. 특히 이 빌딩 2층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창문에선,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연출되는 교차로로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커피’가 아닌 ‘사진’ 때문에 스타벅스를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시부야 쓰타야 매장이 지난해 10월 30일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았다가 올해 4월 재탄생했다. 들뜬 마음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책이나 CD·DVD를 팔던 기존 쓰타야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포켓몬 카드 카페를 비롯, 수많은 피규어가 전시돼 있는 공간 등을 보면 이곳이 쓰타야인지, 아니면 피규어 마니아 성지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쓰타야의 변신을 이해하기 위해 쓰타야의 역사를 돌이켜 보자.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1983년 쓰타야 1호점을 오픈하면서, 책, 음반, 비디오를 한곳에서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은 동일하다. 다만 매체가 책이거나 음반이거나 비디오로 다를 뿐이다. 만약 같은 장소에서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런 사업은 잘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사업은 불처럼 일어났다.

2003년엔 ‘롯폰기 쓰타야’를 열었다. 의자를 많이 배치했고, 스타벅스와 제휴했다. 음료를 한 잔 시키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커피 판매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쓰타야 서점’이라는 북카페식 비즈니스 모델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진화는 이어졌다. 2011년 서점에 식당, 편의점, 펫숍 등 주민 편의 시설을 결합해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 다이칸야마에 ‘다이칸야마 티사이트(T-site)’를 선보였다.

쓰타야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탁월한 회사가 이번에 시부야 쓰타야를 리모델링했으니 영업이 잘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좀 다르다. 2023년 쓰타야의 모회사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은 적자를 기록했다. 비디오 대여가 주력이었던 쓰타야 매장 수는 2012년 일본 전역에 140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유튜브, 넷플릭스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금은 800 점포 정도 남아있다. 그나마 수익성은 알 수 없다.

영상 유통은 이미 온라인이 대세다.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쓰타야는 공간을 갖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번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다. 얼핏 피규어를 팔고, 포켓몬 카페만 있는 것 같지만, 팝업 스토어 공간이 상당히 있다. 공간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셰어 라운지(share lounge)’도 두 층을 차지했다. 셰어 라운지란 쓰타야가 만든 공유 오피스다. 시간당 1600엔(알코올 음료까지 즐기려면 2200엔)을 내면 무료 드링크와 스낵 그리고 라운지 공간을 쓸 수 있다.

어느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지는 해봐야 한다. 도쿄 신주쿠에 있었던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는 뒹굴뒹굴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쿠션은 물론 간이 텐트도 있었고, 낮잠을 즐길 수도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성공할지 말지 탁상공론에 빠져있느니, 본체가 망할 정도가 아니라면 일단 저지르는 게 낫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뭔가 배운 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아마 그런 관점에서 쓰타야도 모험을 한 게 아닐까? “나는 결코 지지 않는다. 이기거나 혹은 배울 뿐이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명언이 가슴에 와닿는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