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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과 예측 불허. 요즘 국제 정세 얘기다.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돼 있고 전쟁으로, 경기 침체로, 대선으로, 시위로, 기후변화로 하루가 멀다고 시끄럽다. 얼마 전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코스피가 하루에 9% 가까이 떨어질 땐 두 눈으로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지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산다. 어느 책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미래에는 상황이 나아지는 선택과, 당장은 풍요롭지만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 선택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前者)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저마다 기대감을 갖고 산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생각보다 많은 경제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의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주식·부동산 투자를 늘릴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장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 있다.

경제 전망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무엇이 이를 결정할까. 카멜리아 쿠넨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교수와 스테판 네이걸 시카고대 교수 등이 재무금융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리뷰오브파이낸셜스터디즈(RFS)에 이와 관련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 경제적 위치가 개인의 거시경제 전망에 영향을 준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앞으로의 주식시장 수익률, 실업률, 사업 경기 등을 더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이들은 1978년부터 매달 400명에 가까운 소비자에게 다가올 경기가 여러 면에서 어떨 것 같은지 설문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또 부유하고 오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활동을 더 활발히 한다고 한다. 혹자는 ‘단순히 그들에게 투자할 돈이 더 많고, 퇴직연금 등을 통한 투자 접근성이 높아서’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요소도 영향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의 경제를 밝게 본다는 그 자체가 투자 활동을 늘리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며 일종의 찝찝함이 느껴졌다. 사회 경제적 위치가 이런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줄 몰랐고, 장기적으로는 부의 불평등도 악화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사람은 부를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예·적금 이자율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없다. 수익 상한선이 있는 것이다.

매사 긍정적인 게 좋다는 건 초등학교 도덕 수업 때부터 들었다. 지금 보니 투자에도 그런 것 같다. 경제란 부침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성장한다. 인간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틀에서 미래를 밝게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는데, 반짝이는 희망을 바라보며 사는 게 경제적으로도 이득 아닐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도 있지 않는가.

김준목 경제 칼럼니스트(재무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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