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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석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에 웬일로 ‘교집합’이 생겼다. 바로 팁에 대한 면세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특히 경제정책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유독 팁에 대한 세제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두 후보가 ‘팁 면세’ 카드를 꺼내 든 건 모두 식당 등에서 근무하며 팁을 받는 근로자의 표심을 공략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며,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에리카 요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으로는 우수한 공약이지만 나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팁플레이션(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라는 말까지 탄생시킨 과도한 팁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WEEKLY BIZ가 미국의 팁 문제를 조명해 봤다.

◇해리스 “팁에 면세” 트럼프 “따라 하지 마”

‘팁 면세’ 정책은 선거를 위한 표심용 공약에 가깝다. 팁이 주 수익원인 팁 근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네바다주(州) 유세에서 팁 면세 계획을 발표했는데, 해리스 역시 지난 11일 네바다주에서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네바다주는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곳으로 전체 근로자의 20%가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일한다. 경합주로 꼽히는 네바다에서 영향력 있는 요식업 노조를 자기편으로 만들려면 팁 면세 정책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미국에서 중요한 유권자 그룹으로 부상한 히스패닉계에도 어필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요식업 종사자의 4분의 1이 히스패닉”이라고 했다.

표 대결이 주 목적이다 보니 정책의 ‘저작권 싸움’도 치열하다. 해리스가 팁 면세 공약을 발표하자 트럼프는 “그녀는 아무 아이디어가 없으며 단지 내 아이디어만 훔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와의) 차이는 그녀는 그것(팁 면세)을 실행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라며 “(부자 증세를 공약한) 해리스는 역사상 가장 큰 증세를 제안해 왔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소수만 혜택 보고, 재정에만 타격 입힐 것”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은 두 대선 후보의 팁 면세 정책에 비판적이다. 우선 혜택 받는 사람이 많지 않은 허울뿐인 공약이란 지적이다. 시민 단체 ‘원 페어 웨이지(One Fair Wage)’에 따르면, 미국에선 일정 소득 이상의 팁 근로자들에만 세금을 매기는데, 팁 근로자의 3분의 2가량은 연방 소득세를 낼 만큼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어니 테데스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현재 연방 소득세를 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팁 면세가) 그리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너도나도 팁으로 사실상 임금을 받으며 면세 혜택을 누리려 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조세정책연구실 연구 책임자인 제임스 하인즈 교수는 AP에 “부유층을 비롯한 근로자 수백만 명이 보수 체계를 팁 위주로 변경하려고 할 전망”이라며 “기업도 연말 보너스 대신 팁으로 직원들에게 보상을 주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 부족으로 미국 정부 재정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는 모든 팁 소득에서 세금을 면제하면 2026~2035년 1500억~2500억달러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단체는 만약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팁 비율이 높아지면 세수 감소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팁플레이션 해법? “글쎄”

미국은 최근 ‘팁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팁에 세금을 안 붙인다고 이 문제가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을 내지 않아 실제 수령액이 많아진다고 해서, 소비자가 혜택을 보는 것도 없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 1만2000명 가운데 72%는 과거보다 자주 서비스 직원에게 팁을 요구받는다고 답했다.

미국의 팁플레이션은 코로나 사태 당시 필수 근로자들을 유지하기 위한 팁을 더 주면서 본격화됐다. 미국 공영방송 NPR의 ‘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tip or not to tip)… 팁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된 이유’라는 기사에서 존스 홉킨스대 경영학과의 슈브란슈 싱 교수는 “팬데믹 기간에 우리는 위기 상황에 필수적인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팁을 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도 한 번 오른 팁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고용 시장에서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팁 금액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팁 근로자 최저임금(시간당 2.13달러)이 따로 있다. 여기에 팁을 더해 일반 최저 임금(7.25달러) 이상의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보스턴대 호텔경영학과 정상원 교수는 “레스토랑·커피숍 등은 더 나은 혜택과 높은 급여를 내세워 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위해 메뉴 가격은 유지해야 하니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이런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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