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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의균

중국 이커머스 판에 2015년 핀둬둬란 ‘메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시장 쌍두마차는 알리바바와 JD닷컴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메기는 판 뒤흔들기를 넘어 전통 이커머스 강자를 넘어서려는 분위기다. 한국에선 테무로 잘 알려진 핀둬둬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난해 거래액 점유율 기준 19%로 2위인 JD닷컴(20%)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핀둬둬를 이끄는 1980년생 젊은 창업주 황정이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다는 블룸버그 보도도 9일 나왔다.

알리바바와 JD닷컴은 이런 젊은 기업의 부상에 쫓기는 양상이다. 알리바바는 특히 핀둬둬가 현재 걷는 길을 먼저 겪은 회사다. 2014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란 기록을 세웠으며, 일찍이 아마존이나 월마트 등 미국 유통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직까지도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 41%로 1위를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핀둬둬가 등장하기 전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JD닷컴이다. ‘징둥’으로도 잘 알려진 JD닷컴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이커머스로 군림했고, 지난해까지도 여전히 핀둬둬보다 앞선 중국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핀둬둬에 쫓기는 중국 유통 업계 1·2위 알리바바와 JD닷컴이 동시에 실적을 발표했다. 핀둬둬가 바짝 따라오는 상황에서 전통의 중국 이커머스 강자들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을까. WEEKLY BIZ는 두 회사의 실적 발표회 녹취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 등을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위기다

우선 두 회사 사정은 모두 그리 좋지 않다. 핀둬둬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고, 무엇보다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2분기 매출이나 이익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 들지 못했다.

알리바바는 2분기(회계연도상 2025년 1분기) 매출액이 2432억위안(약 4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지만 순이익이 407억위안으로 9% 줄었다. 순이익의 감소 폭이 컸다. JD닷컴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2914억위안, 순이익은 145억위안으로 69% 늘면서 숫자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매출 증가 속도가 느렸다. 전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났고, 지난해 2분기엔 7.6%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셈이다. 쉬란 JD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소비자 지출 둔화 등 영향으로 평균 주문 금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JD닷컴의 부문별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호황기에 많이 사는 생활 가전 부문에서 매출이 4.6%나 떨어졌다. 반면 생활필수품(7.9% 증가) 부문 매출이 늘어나는 ‘불황형 소비’가 이어졌다.

◇‘저가 정책’ 실행 여부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양사는 모두 현재의 성적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진행 중인 개혁 또는 구조 조정 과정에 따른 것일 뿐 향후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알리바바의 쉬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특히 “상품 거래 총액(GMV)이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했다. GMV는 광고나 판매 수수료 같은 부가적 매출을 제외한 순수 거래액을 뜻하는 지표로 유통 업계에선 실제 시장점유율을 측정할 때 많이 쓴다. 알리바바는 오는 9월부터 입점사를 가격 경쟁력으로 줄 세우던 종전 방식을 폐지하고 GMV가 높은 입점사를 우선 노출되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업계에선 알리바바가 GMV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것을 두고 그간 핀둬둬와의 가격 경쟁을 이어가던 알리바바가 가격 경쟁 대신 우수 판매자 육성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JD닷컴은 저가 전략을 계속 이어갈 의지를 보였다. 쉬란 CEO는 “20년간의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낮은 비용, 높은 효율성에 중점을 뒀다”며 “저가격 전략에 대한 것은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덕분에 수익성 개선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직접 판매’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두 회사가 엇갈리는 점은 가격 정책만이 아니다. 가격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판매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유통사가 직접 물건을 조달해 판매까지 하는 직접 판매 비율과 관련, 알리바바는 이를 줄이겠다고 하고, JD닷컴은 직접 판매에서 우위를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이번 분기 매출 증가폭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직접 판매 사업 중 일부 규모를 선제적으로 축소한 점”이라며 “재고가 쌓이는 직접 판매 방식은 일부 카테고리에선 더 이상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JD닷컴의 쉬 CEO는 “(2분기에) 직접 판매 측면에선 강력한 공급망 역량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에게 매일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했다”며 “직접 판매에서 쌓은 다양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판매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외 시장에 집중할지 자국 시장을 우선할지도 다르다

두 회사는 앞으로 사업을 펼쳐갈 시장도 다르게 보고 있다. 알리바바가 국외 시장을 노린다면 JD닷컴은 여전히 중국 시장이 답이라고 여긴다. 실제 JD닷컴은 중국 시장의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쉬 CEO는 “중국은 세계 최대 이커머스 시장과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제품 카테고리, 사용자 인구 통계 등 관점에서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알리바바는 중국 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진 않았지만 실적 발표회의 상당 시간을 해외 사업 성과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알리바바 국제 디지털 커머스 그룹(AIDC)을 이끄는 장판 CEO는 “지난 2분기 AIDC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2%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며 “튀르키예에서 운영 중인 자회사 트렌디올은 이커머스 리더십을 공고히 했으며, 동남아시아의 라자다도 영업 손실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향후 주력 사업도 갈린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이커머스 두 곳이 이처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가 내세운 향후 주력 사업도 크게 갈리는 상황이다. JD닷컴은 여전히 유통에 전념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나서는 반면,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우 CEO는 “AI 개발을 위한 컴퓨팅 기반 시설로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주요 고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알리바바의 독점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퉁이첸원(通義千問)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생방송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위성 신호를 제치고 주요 방송 수단으로 부상했다”며 “전 세계 방송사의 3분의 2가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전송하는 신호를 사용해 시청자 수십억 명에게 화면을 송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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