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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클라우디 매장. 아프리카 민족 문양을 활용한 의류를 판매한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제공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떠나라(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말은, 독서와 여행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고사성어다. 여행은 독서 못지않게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때론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의류 회사 ‘클라우디(CLOUDY)’를 창업한 도야 유토(銅冶勇人)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대학생 때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지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아프리카에서 둘째로 큰 빈민가다. 200만명이 사는데 화장실은 200가구당 한 개밖에 없다. 사람들이 용변을 작은 봉지에 담아 야외에 버리는 게 일상화된 곳이었다. 학교도 없고, 일자리도 없는 곳.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2010년 비영리단체(NPO) ‘Doooooooo(두)’를 설립한다. o가 무려 8개 들어가는데, 기존 7대륙에다 또 하나의 대륙을 상징한다고 한다. 케냐를 중심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 학교를 만들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고민하다가, 그 땅에 뿌리내린 아프리카의 문화를 떠올렸다. 아프리카의 민족 문양, 전통 직조는 일본 의류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기존 NPO의 이름을 ‘클라우디(CLOUDY)’로 전환하고, 의류 회사 클라우디를 추가로 설립한다. NPO 클라우디는 기존에 하던 일을 하고,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의류 회사 클라우디가 조달하는 방식이다. 의류 회사 클라우디에서 만드는 제품의 퀄리티는 어떨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할 정도로 탁월하다. ‘윤리에 관심 있는’ 사람만 사가는 비즈니스 모델로 존속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고객에게든 눈길을 끌 제품을 만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공장을 만들고 종업원을 뽑았지만,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센티미터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재봉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다.

왜 회사 이름이 ‘클라우디’, 즉 ‘흐린 날’일까? 도야 유토는 “사람의 마음에는 날씨가 있다. 밝게 웃으며 보내고 싶은 맑은 날이 있고, 마음껏 울고 싶은 비 오는 날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왠지 모르게 맑지 않은 흐린 날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싫은 일, 잊고 싶은 과거 등 여러 가지를 떠안고 살아간다. 이를 떨쳐버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기에 브랜드 이름을 클라우디로 했다는 것이다.

클라우디가 만든 옷의 목덜미 뒤편엔 숫자가 쓰여 있다. 10이라 쓰인 제품은 판매액의 10%가 아프리카 현지의 고용 창출에 쓰인다는 의미다. 5라고 쓰인 제품은 한 개가 팔리면 다섯 끼니분의 급식이 제공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를 돕자’고 하면 돕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시장으로 여기자’고 하면 다르게 보인다. 2007년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피라미드 저변 이론(BoP·Bottom of the Pyramid)’을 들고나와 세계적인 석학으로 떠올랐다. 피라미드 가장 아래쪽 빈곤층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으로 보자’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빈민층은 감기약 한 통을 살 돈은 없지만, 한두 알 살 돈은 있다. 그러니 소분(小分)해 팔면 된다는 게 BoP 이론이다. 도야는 이런 개념에 한술 더 떠 ‘아프리카의 맛을 담자’고 생각했다. 시장이 아닌 생산까지도 바라본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인건비가 싼 생산 기지가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차별적 우위까지 가진 생산 기지로 말이다. 도움을 주는 곳에서 시장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경쟁 우위를 지닌 차별적 생산 기지로. 이러한 생각의 진화를 우리들 사업에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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