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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시 중구 흥국생명빌딩에서 스웨덴 방산 업체 사브(Saab)의 마커스 보글정 감시정찰사업본부 부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김지호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6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내년 사상 최대치의 국방 예산을 편성했다. AP에 따르면, 폴란드의 내년 국방 예산은 1870억즈워티(약 64조6000억원)로,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7%에 해당한다. 올해 국방 예산(GDP 대비 4.2%)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인 GDP 대비 2%의 2.3배 수준이다. 폴란드뿐이 아니다. ‘전쟁 우려’는 감염병처럼 유럽 대륙에 번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마저 언제 일어날지 모를 전쟁을 대비해 국방 지출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의 국방 지출 기준인 ‘GDP의 2%’를 두고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공격하는 등 압박하자, 유럽 각국에서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WEEKLY BIZ는 유럽 10대 방산 업체 중 하나인 사브(Saab)의 마크스 보글정 감시정찰본부 부사장을 만나 ‘자주 국방’을 서두르는 유럽의 상황을 들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자주 국방’ 서두르는 유럽

-최근 유럽 국가들이 국방 예산을 늘리는 이유는.

“러·우 전쟁이 실질적인 촉매제였다. 유럽 각국은 이번 러·우 전쟁의 양상을 보면서 무기의 절대적인 양과 함께 무기 첨단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유럽의 연간 미사일 생산량에 육박하는 미사일을 전쟁에 쏟아부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등 실제 전쟁을 치르며 비축량을 훨씬 웃도는 전쟁 물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옆에서 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유럽 각국은 서둘러 예산을 늘리는 등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주로 어떤 부분에 국방 투자가 몰리나.

“지상을 기반으로 한 공중 방어시스템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전쟁은 하늘을 통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투기를 안전하게 띄워야 전쟁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적군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상황을 인지하고, 날아오는 발사체를 식별하는 등 스마트 탐지 기술이 중요해졌다. 현대 전쟁은 ‘전자 전쟁(레이더 등 각종 전자 장비를 이용한 전쟁)’이다. 만약 상대의 레이더 등 센서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아군의 공격 효과도 훨씬 커질 수 있단 얘기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가 적다고 지적했는데.

“국제 정치 지형에 불확실성이 생기고 있는 건 사실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각국은 자국 방위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에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인 방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의 ‘자주국방’ 기조는 향후 10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의균

◇하늘의 지휘소 ‘글로벌아이’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방위 업체엔 호재 아닌가.

“영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사브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49억달러(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가량 늘어난 셈이다. 전체 매출의 36%가 조기경보통제 시스템, 레이더 등 항공 관련 제품군에서 나왔는데, 이 제품군의 매출이 전년 대비 27%가량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잠수함 등 선박류의 매출도 35%가량 늘어났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몇 개밖에 없는데, 우리가 그중 하나다.”

-’하늘의 지휘소’라 통하는 조기경보통제 시스템이 사브의 강점이라던데.

“글로벌아이(GlobalEye)라고 불리는 조기경보통제 시스템을 말한다. 글로벌아이는 지상·공중·수중 등 모든 영역을 아울러 감시를 하고 전장을 통제한다. 최첨단 제트기는 물론, 약 650km까지 탐지하는 레이더,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신기, 지휘통제 체계 등을 아우르는 ‘올인원’ 경보 설루션이다. 글로벌아이는 물체의 위치, 크기를 불문하고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데, 특히 식별(Identification) 능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물체를 포착하는 걸 넘어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등 비행물 정체를 정확히 밝혀낼 수 있다.”

-현재 글로벌아이를 도입한 국가는?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스웨덴 등이 있다. 2020년 글로벌아이를 도입한 UAE는 이미 4번째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 7일 24시간 동안 영토·영공·영해를 지켜보는 글로벌아이의 성능이 현장에서 입증된 셈이다.”

◇”스웨덴, 한국과 훌륭한 파트너 될 것”

-중립국인 스웨덴에서 방위 기술을 발전시켜온 까닭은.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식적으로 중립국을 표명했다. 중립국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힘만으로 방위가 가능해야 했고, 정부 주도로 전투기·레이더 등의 기술에 투자했다. 사브가 70년 전부터 센서를 만들고, 30년 넘게 공중 경보 시스템을 연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했는데, 이는 무슨 의미인가.

“스웨덴은 나토의 일원이 되는 게 국가와 지역의 안보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스웨덴은 주로 러시아의 무기에 대항한 방위 시스템들을 개발해왔다. 실제로 이번 러·우 전쟁에서도 사브의 미사일 탐지 센서, 탱크 대항 무기가 사용되는 등 실제 전투에서 성능이 입증되기도 했다. 방위 기술이 뛰어난 만큼, 스웨덴과 사브는 역내 평화를 지키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브의 향후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현재 유럽 무기의 70%가 미국산이다. 유럽 각국은 방위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미국산 무기로부터 더욱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방위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공중통제시스템이고, 유럽에서 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사브뿐이다. 그만큼 사브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의 방산 업체들이 중동에서 대형 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을 공략할 다음 세대의 방위 시스템을 함께 개발해나가고 싶다. 한국은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위협이 주변에 있지 않나. 양국은 서로를 위한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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