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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와 가스 보일러를 전기차와 히트펌프로 대체하려는 전기화도 함께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발전 시설을 늘려서 늘어나는 전기 수요에 대응하는 게 전 지구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역시 관련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을 확대해 탄소 배출 증가 없이 전기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게 미국의 정부의 기조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이러한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ESS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SK E&S가 미국 ESS 기업인 키캡처에너지(KCE)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2021년 SK E&S가 인수한 KCE 측은 “현재 텍사스와 뉴욕에서 총 424㎿ 규모의 ESS 시설 12곳을 운영 중인데, 올해 중 텍사스에만 총 200㎿ 규모의 ESS 시설 두 곳을 더 가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WEEKLY BIZ는 SK E&S의 미국 내 친환경 사업을 담당하는 패스키의 오승용 유닛장(부사장)에게 미국 내 ESS 사업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에서 ESS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ESS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핵심적인 시설이다. ESS 사업에 대해 2016~2017년부터 검토했다. (화재 사건 이후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사업이 어려워진 와중에 미국에서는 ESS 영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KCE 인수가 이뤄진 것이다. 이제는 KCE를 통한 ESS 사업이 미국 내에선 매우 ‘핫’ 한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ESS 같은 친환경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ESS 사업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우리뿐 아니라 이 인더스트리(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텍사스처럼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며, 실제로 ESS 시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대한 지원 등에 있어서는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ESS는 양당 모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오클라호마 역시 유전도 많고, 공화당 지지 지역이지만, 풍력 발전과 ESS 사업이 발전하고 있다.”
-KCE는 어떤 회사인가.
“일단 텍사스에서는 ESS 사업자 중에서 ‘탑 티어’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뉴욕과 텍사스에만 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전국구 사업자로 성장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다. 지역 다변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시설 외에 미국 전역에서 10GW 규모의 시설을 추가로 운영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는 전통 에너지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용이 비슷해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AI 발전과 전기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친환경 발전으로 대응하려면 ESS 사업의 확대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안전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은.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부분에선 기술이나 디자인 차원에서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ESS 시설을 구성하는 하나의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면 전체 시설이 다 탈 수 있다고 가정해 보험료가 부과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이 나더라도 컨테이너 간 거리 확보 등으로 50~100㎿ 시설에서 불이 나더라도 3㎿ 배터리만 불타고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는 기준에서 보험료가 책정되기도 한다. 계속 산업이 발전하면서 안전에 관련된 부분도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SS 사업이 계속 발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프로토콜’이 정립되는 부분도 있다. 국내에서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ESS의 다른 사업 영역인 수소와 ESS가 전기를 ‘보관’한다는 관점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건 아닌지.
“서로 보완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를 활용한 ESS는 수소에 비해 효율이 좋다. (100 정도의 전기를 저장하면 ESS에서는 85 정도를 끌어낼 수 있다면, 수소는 40 정도만 다시 인출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6시간 정도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 쓰는 관점에선 ESS가 났다. 반면 수일~수개월간 보관을 하려면 수소로 저장하는 경쟁력이 있다. 에너지 기업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수소랑 배터리 비즈니스를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 ‘토탈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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