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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는 미국에서 9월부터 연회비를 60달러에서 65달러로 올렸지만 높은 회원 갱신율을 유지했다. /연합뉴스

회원제로 운영되는 대형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지난달 26일 자사 회계연도 기준 4분기(5월 13일~9월 1일) 실적을 발표했다. 코스트코는 ‘필수 소비재’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특성 때문에 나스닥 시장에서도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혀왔다. 실제 회사 주가도 지난달 23일 사상 최고가(917.08달러)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번 4분기 실적은 회원비를 안 내고 다른 사람의 회원 카드를 빌려 몰래 입장하는 ‘얌체 회원’을 막기 위해 스캐너까지 동원한 엄격한 회원 카드 검사가 이뤄진 뒤 나온 실적이라 시장 관심이 컸다. 또 지난 7년 동안 동결했던 연간 유료회원비도 지난달 1일부터 올려 회원 이탈 영향이 있었는지도 주목받았다. WEEKLY BIZ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코스트코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녹취를 바탕으로 코스트코의 실적과 성장 동력을 분석했다.

◇한 주 장사 덜 했는데 실적은 더 좋았다

이번 분기 코스트코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전년 대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매출이 796억9700만달러(약 105조6000억원), 영업이익이 30억4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789억3900만달러(매출)·27억8100만달러(영업이익)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히 이번 분기는 회계기준상 16주로 지난해 17주보다 짧았는데도 실적은 더 좋아졌다.

미국계 대형 유통 체인인 코스트코는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도 유통업이란 특성을 드러냈다. 최근 잘나가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밝히면서 현재 미국 등 북미 지역의 경기 상황을 분석해낸 것이다.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개리 밀러칩 전무는 실적 발표회에서 “올 들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회원들이 가전 제품이나 전자 제품 같은 비식품 품목에 더 많은 지출을 하기 시작했다는 트렌드가 드러나 고무적이었다”며 “식품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외식에서 가정 내 식사로 소비를 조금씩 옮기고 있다는 몇 가지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절반, 유료 회원비에서 나왔다

코스트코의 회계 장부와 실적 발표회는 전통적인 유통 업체의 특성을 띠고 있지만, 다른 유통 업체에선 보기 힘든 항목도 하나 있었다. 바로 유료 회원비다.

코스트코는 이번 분기에 회원비로만 15억12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회원비는 특히 회사 입장에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순수익 성격의 돈이다. 이런 돈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49.7%)을 차지하니 사실상 주수입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픽=김의균

코스트코는 특히 8월 초부터 북미 지역 매장 입구에서 사진이 들어간 회원 카드를 확인할 수 있는 스캐너를 본격 도입했다. 지인의 회원 카드를 빌려 사용하는 무임 승차 소비자를 막겠다는 취지란 분석이 나왔다.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도 “카드 스캐너가 실제 회원 등록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당초 최고경영자(CEO)인 론 바크리스 사장은 “스캐너를 도입한 목적은 입장 고객 수를 체크해서 신선 식품 품질을 관리한다거나 (회원 카드) 갱신 기한을 놓친 회원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을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계산할 때까지 카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계산 속도를 높여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스캐너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현재 미국 내 약 350개의 매장에 (스캐너가) 도입됐으며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이를 통해 회원 가입도 어느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결국 무임 승차 소비자를 회원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실제 이번 분기 글로벌 유료 회원 수는 762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회비 올려도 회원층은 견고했다

무엇보다 회원 관리와 관련해 코스트코 입장에서 고무적인 것은 연회비를 올렸음에도 이번 분기 북미 지역의 회원 갱신율이 92.9%에 달한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미국에서 9월부터 연회비를 60달러에서 65달러(프리미엄 멤버십은 120달러에서 130달러)로 올리는 연회비 인상안을 지난 7월 발표했는데, 그럼에도 높은 회원 갱신율이 유지된 것이다. 밀러칩 전무는 “92.9%라는 갱신율은 3분기 말 대비 0.1%포인트 감소한 것이지만 이는 지난해 단기적으로 진행한 온라인 회원 할인 행사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회비를 인상할 때 회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 될 수 있고, 직원 재투자 차원으로 임금을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연회비 인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직원들 임금을 올리는 투자는 결국 매출 증대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는 게 코스트코 설명이다. 바크리스 사장은 기존 26달러던 직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30달러까지 올렸다고 덧붙였다.

◇먼저 가격 낮추고, 늦게 인상하겠다

코스트코가 회원들에게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비결에는 자체 브랜드(PB)인 커클랜드 덕분도 있다. 코스트코에 우수한 제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 별도의 유통 마진을 없애는 것이다. 밀러칩 전무는 “우리의 목표는 항상 가격을 낮출 기회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가격을 낮추고 가장 늦게 인상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판매되는 국가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함으로써 이런 상품의 배송과 관련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분기에 일본에서 생산된 커클랜드 휴지를 새롭게 선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현지 생산으로)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백만개의 휴지를 배송하지 않게 돼 운임을 줄였고, 해당 시장에서 개당 약 30%, 즉 8달러의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제품의 가격을 낮출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외 매장·온라인 판매는 새로운 시장이다

코스트코에 해외 매장과 온라인 판매는 새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89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코스트코는 2025 회계연도 동안 26개의 신규 매장을 출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에만 미국에 10개, 일본에 2개, 한국과 중국에 각 1개씩 총 14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내년에도 신규 출점을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바크리스 사장은 “내년에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12개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라며 “특히 내년엔 5~6곳의 새로운 ‘좋은’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매출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년 대비 18.9%의 매출액 증가를 달성했다는 실적을 내놨다. 밀러칩 전무는 “이번 분기에 (전용 앱이) 350만회 다운로드돼 총 다운로드 수가 약 3900만회에 달했으며, 최근 앱의 검색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검색 결과 클릭률도 두 배로 증가했다”며 “사이트 방문율 8%, 평균 주문 규모 5%, 배송량 17%가 증가하는 등 견고한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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