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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석학 아서 래퍼 래퍼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지나친 증세는 사람들이 일할 의지를 꺾어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고 했다. 래퍼 회장이 고안한 래퍼 곡선(세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세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이론)은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세기 이슬람 학자 이븐 칼둔의 책 ‘무깟디마’에도 세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자 세수가 줄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감세론자의 이론적 무기인 ‘래퍼 곡선’ 창시자인 아서 래퍼(Laffer·84) 래퍼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여든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까랑까랑했다. 래퍼 곡선이란 세율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이면 정부 수입이 되레 줄어든다는 내용이 핵심인 이론인데, 래퍼 회장은 이는 이미 수백 년 동안 검증된 얘기라며 무깟디마 얘기를 꺼낸 것이다.

젊은 시절 아서 래퍼 래퍼어소시에이츠 회장이 자신이 고안한 래퍼 곡선을 설명하는 모습. 래퍼 센터 홈페이지

레이거노믹스(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의 설계자였던 래퍼 회장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에도 관여했다. 트럼프가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재무장관이나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래퍼 회장을 WEEKLY BIZ가 만났다. 최근 국내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했다는 그는, 트럼프가 2018년 시행한 ‘감세와 일자리법(TCJA·일명 트럼프 감세법)’을 “미국 경제를 위한 최고의 조치였다”고 평했다.

◇”트럼프 감세로 미 경제 날아올라”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감세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트럼프의 감세와 일자리법이 시행된 이래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유로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약 계층의 삶도 나아졌다고 본다. 빈곤율은 트럼프 집권기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졸 이하 실업률이나 히스패닉·흑인 실업률도 트럼프가 미국 정부를 이끄는 동안 낮은 수준이었다. 나는 트럼프처럼 부를 일궈본 억만장자 사업가가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미국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

-감세 정책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감세와 일자리법 시행 이후 연방 정부의 세수는 줄지 않았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줄었을 수 있는데, 다른 세금 납부가 늘면서 상쇄된 것이다. 세율이 높아야 세금이 많이 걷힐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세율이 높으면 세수의 기반이 작아진다. 세금을 내는 기업이든 일반 납세자든 내야 하는 세금이 너무 많아지면 열심히 일할 의지가 꺾이고, 결국 수입 감소란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대기업이나 부자들은 세금 전문가를 고용해 세금을 회피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 능숙하며, 세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고치기 위해 정치인들을 포섭할 능력도 갖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해리스의 세금 정책이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긴가.

“그렇다. 해리스는 상속세율을 높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대체 왜 일을 계속해야 하나. 나는 6명의 자녀와 14명의 손주, 4명의 증손주가 있다. 내가 지금도 20대 때처럼 열심히 일하는 건 이들에게 내 자산을 물려주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상속세율 인상은 나 같은 사람에게 ‘일하지 말고 은퇴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나쁜 정책이다. 상속세뿐 아니라, 또 다른 세금의 세율이 올라도 기업이나 근로자의 생산 활동에 대한 욕구를 깎아먹는 건 마찬가지다. 실제로 미국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이 높아질 때는 불황이 찾아왔었고, 반대로 낮췄을 때 경제가 좋아졌다. 요약하자면 세율을 높이면 경제가 나빠지고, 이 때문에 정부 세수도 되레 준다는 것이다. 저소득층까지 (실업률 상승 등의 여파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픽=김의균

◇”보조금 정책에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

-조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중심 산업 육성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바이든이 추진한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으로 가장 수혜를 많이 본 기업이 어딘지 아나. 바로 인텔이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인텔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투자의 관점에서는 ‘멍청이’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했던 솔린드라(태양광발전 패널 제조 업체)가 파산했던 사례도 생각해보자. 정부가 어떤 회사를 지원할지 결정하는 건 종종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민간에 맡겨두는 게 훨씬 낫다.”

-그래도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은 여건이 나아질 수 있지 않나.

“과거 래리 서머스(전 미국 재무장관)가 보조금 지급의 이점에 대해 설명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보조금 지급이 증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조금을 주려면 그만큼 누군가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람이 개인이라면 소비를 줄일 것이고, 기업이라면 채용을 줄일 것이다.”

◇연준 의장 후보라는 말에는 손사래

-감세 정책 외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면.

“당신이 만약 뇌수술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가장 실력 있는 의사를 고르겠나, 인상이 좋은 의사를 선택하겠나. 트럼프는 최고의 뇌수술 의사다. 코로나 팬데믹 때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백신 개발·배포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펼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트럼프 같은 사업가는 본질적으로 자유무역주의자일 것으로 믿는다. 오히려 미국과의 무역에서 득을 보려고 하는 중상주의적 시각을 가진 국가들과의 ‘협상’을 위해 강경한 모습을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신이 트럼프 당선 시 연준 의장 후보 3인 중 하나라고 지난 3월 보도했다. 재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되는데.

“지금 연준 의장의 잔여 임기(2026년 5월까지)를 고려하면 나는 86세에나 취임할 수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나는 그런 자리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정부에서 일하게 되면 대통령과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지적할 수 있겠나?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 고용된 경제학자들도 오바마가 내놓은 부양책의 효과를 칭송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감세는 좋고 정부 지출 증대는 나쁘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정치 앞에서 위선의 한계란 없고, 정부에 고용된 경제학자는 신용을 잃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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