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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이 날아서 옵니다(外賣飛着來).’
중국 베이징 외곽의 인기 관광지인 만리장성 바다링(八達嶺·팔달령) 남부 성벽엔 이렇게 적힌 노란 간판이 새로 설치됐다. 지난 8월 16일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퇀이 개시한 드론 음식·의약품 배송 서비스 광고판이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바다링 구간 일부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편의점 등 상업 시설 설치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중국 최대 배달 기업 메이퇀이 ‘날개 달린 배달부’를 이용해 서비스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성벽에 붙은 QR 코드를 스캔해 샌드위치와 같은 음식을 주문하면 빠르면 3분 만에 만리장성 위로 드론이 날아온다. 한 번에 최대 2.3㎏까지 옮길 수 있는데 배달비는 4위안(약 750원) 정도다. 만일의 상황에 필요한 의약품은 별도 요금 없이 배송된다. 메이퇀은 2021년 일부 도시에서 드론 배달을 시작한 뒤 30여 곳에서 30만건 넘게 배송했고, 올해 수도 베이징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저고도 경제, 미래 핵심 산업으로
중국이 ‘저고도 경제’를 ‘우주 경제’와 함께 새로운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저고도 경제는 높은 상공에서 이뤄지는 우주 경제와 대비되는 고도 1000m 아래 공역을 이용한 경제 생태계 조성 사업이다. 유·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저공에서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인 드론 음식 배달·택배 등을 활성화한다. 지난 8월 만리장성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어 봤던 30대 베이징 시민은 “마치 미래 세계를 경험한 듯했다”고 했다.
중국의 저고도 경제는 지난해 약 95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저고도 경제를 2030년까지 약 380조원(2조 위안)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지도부의 경제 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저고도 경제는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처음 선정됐고, 국가 주도로 드론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까지 활성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선 이미 저고도 경제가 시민 삶에 녹아들고 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메이퇀은 상하이 황싱공원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소비자가 앱으로 커피를 주문할 경우 빠르면 10분 만에 2㎞ 거리 쇼핑몰에서 음료가 날아온다. 상하이시 경제정보화위원회에 따르면, 상하이에는 중국 민간 항공 전문 인력의 70%, 중국 선두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플라잉 드론카) 기업의 50%가 모여 있다.
◇속도 내는 유인 운송
중국 저고도 경제 전략의 다음 목표는 UAM을 포함한 유인 운송이다. 2030년까지 중국의 eVTOL 시장 잠재 규모는 3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eVTOL은 플라잉 드론카로도 불리는데, 저공에서 사람을 싣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에 몇 년 내 보편적인 대도시 교통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시는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 푸둥 국제공항, 룽화 공항 등과 5개 인근 도시 간에 eVTOL을 이용한 상업용 유인 운송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장강 삼각주 지역의 도시들을 eVTOL로 연결해 중국 최초 성(省) 간 저고도 운항을 실현할 계획이다. 중국 팡정증권은 2035년쯤 중국에서 eVTOL이 주도하는 도시 간 운송 시장은 3447억 위안(약 64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정부 간 경쟁도 치열
중국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저고도 경제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상하이시는 ‘상하이 저고도 경제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행동 방안(2024~2027년)’을 발표했다. 이 문건에는 2027년까지 도시의 저고도 경제 산업 규모를 500억위안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광저우시는 한 술 더 떠서 도시의 저고도 경제 규모를 2027년까지 1500억위안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하이와 경쟁 구도를 확립한 셈이다.
중국에서 관광 휴양지로 유명한 우시시(市)는 저고도 문화 관광을 표방하며 도시 내 첫 eVTOL 저고도 노선을 개통해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공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창저우시는 5G 저고도 경제 전용망(網)을 건설했고 쑤저우시는 중국 최초의 지방 도시 저고도 항공 교통 규칙을 도입했다. 우한시는 지난 5월부터 저고도 경제 관련 사업에 지방정부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드론 산업부터 위성 인터넷 개발까지
저고도 경제의 핵심인 드론 산업도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등록 드론이 모두 187만5000대이며, 등록한 상업 드론 기업은 1만40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 22만5000명이 드론 조종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 드론 제조사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민항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상업 드론은 총 981만6000 비행 시간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만4000시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정부는 무인기는 물론이고 중국판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부터 위성 인터넷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해 독자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정책도 속도를 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eVTOL 시장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이항(EHang)은 4억원대 2인승 무인기를 지난 3월부터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중국 민용항공국에서 양산 허가를 받고 에어 택시 서비스 노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또 화웨이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은 5G에 이은 6G 이동통신망 구축에 적극 뛰어들며 저고도 경제 생태계를 위한 진일보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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