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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읽기 전과 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책이 아닐까.”

예전에 지인에게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지’ 물으니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대학원 시절 경제학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이때 배웠던 경제학 개념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기 전과 후에 세상을 대하고,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경제학 개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매몰비용’이다.

경제학엔 매몰비용이란 개념이 있다. 이미 지출했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영철이는 동네 한 헬스장의 6개월 이용권을 30만원에 샀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무릎을 다쳐버렸다. 이미 낸 돈이 아까워 아픈 무릎을 이끌고 헬스장을 계속 다니는데, 결국 더 심한 부상을 입게 됐다.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영어로는 ‘엎지른 우유를 놓고 울지 마라(Don’t cry over spilt milk)’, 고사성어로는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고 한다. 영철이가 낸 30만원은 회수할 수 없는 돈이고, 엎지른 물이다. 무릎을 다친 후로는 헬스장에 갈 때마다 소위 ‘손해 보는 장사’인데, 계속해서 헬스장을 다니는 영철이를 보고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쏟아부은 돈이나 시간, 노력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를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개인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를 위해 어떤 회사를 조사하는 시간·경제적 비용이 늘어날수록, 어떤 종목을 보유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몰비용은 커진다. 이 경우 어느 시점에 해당 주식이나 상품을 매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쉽게 놓아주지 못한다.

본인이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무료로 제공한다면 할 것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이다. 무릎이 아픈 영철이에게 내가 다니는 헬스장으로 하루 무료로 나오라고 초대한다면, 영철이는 아마도 “무릎이 아프다”며 오지 않을 것이다. 대답이 “아니다”라면 그 행동은 그만 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이 경제학 개념을 배운 이후로는 일상에서 이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달리 해준 ‘좋은’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을 살면 된다. 지금의 기준에서 현재 나의 행동이 내게 이로움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하면 행(行)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오류를 범한다고 해서 스스로 너무 실망하지 않으면 한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도 그의 책 ‘행동경제학’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 역시 어떤 연구에 이미 상당한 시간을 투입했을 땐, 그만두는 게 분명히 나은 선택임을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고 그만두는 게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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