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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S가 판매하는 정장 스타일 작업복. 겉모습은 양복과 흡사하지만 내구성, 방수 기능 등 작업복 기능을 갖췄다. /WWS 홈페이지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미쓰이 부동산은 도쿄역 건너편에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란 복합 상업 시설을 만들면서 지하상가도 함께 조성해 지난해 개장했다. 새로 탄생한 지하상가를 ‘야에지카’라 부르는데, 이곳에 입점한 WWS(WORK WEAR SUIT)란 매장에선 수도 공사용 작업복을 판다. 왜 도심 한복판에서 공사할 때 입는 작업복을 파는 것일까.

WWS란 브랜드의 출발점은 2006년에 설립된 수도 관련 공사 전문 회사 ‘오아시스설루션’이다. 이 회사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작업복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간 작업복을 입고 고객을 방문할 때 느끼는 불편함과 시선이 문제로 지적됐고, 특히 영업직 사원들은 작업복 그대로 식당에 들어가거나 고객을 만날 때 난처함을 자주 호소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출근할 때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직원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신입 사원 채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업복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작업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작업복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멋을 더한 디자인을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WWS가 판매하는 정장 스타일 작업복. /WWS 홈페이지

그러던 중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나카무라 아리사라는 직원이 ‘정장 스타일 작업복’이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녀는 본래 벤처기업에 취직할 생각이었으나, 오아시스설루션의 창업자가 강조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멋진 인생’이란 말에 감명을 받아 입사한 인물이다. 원하는 대로 영업 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도쿄 중심부에서 대학 동창을 만났을 때 자신이 입고 있던 후줄근한 작업복 때문에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 경험이 작업복을 더 세련되고 실용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게 했고, 이로 인해 정장처럼 보이는 작업복이라는 발상이 나오게 됐다.

나카무라의 제안에 직원들의 호응은 컸고, 1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정장 스타일의 캐주얼 작업복이 완성됐다. 이 작업복은 겉모습은 양복과 흡사하지만, 내구성, 방수 기능, 세탁 용이성 등 작업복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형상기억 섬유로 만들어져 다림질이 필요 없고, 작업에 필요한 공구를 수납할 수 있도록 주머니도 여러 개 장착돼 있었다.

새로운 작업복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작업복이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이게 바뀌자, 직원들은 복장뿐만 아니라 외모에도 신경을 쓰게 됐고, 머리 스타일도 이전보다 깔끔해졌다. 고객들에게도 ‘작업자의 이미지가 깔끔하고 청결해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한 대형 부동산 회사는 이 작업복을 보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입히고 싶다”고 제안하며 협업을 요청했다. 이 제안을 계기로 오아시스설루션은 패션 산업에 진출할 결심을 하게 됐고, 2017년 말 WWS의 전신인 ‘오아시스스타일웨어’란 자회사를 설립해 작업복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8년 3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개시한 이 작업복은, 이후 이세탄 등 일본의 주요 백화점에서도 판매됐고, 하라주쿠의 유명 패션 편집숍에서도 취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300여 회사가, 지금은 2000여 회사가 이 작업복을 도입했으며, 특히 중고차 판매업처럼 영업과 현장 작업을 함께 하는 직종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오아시스설루션의 혁신은 단순히 직원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됐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이 회사의 큰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속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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