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텍사스 오스틴시의 '제2의 도심'이라고 불리는 더 도메인 지역의 전경. 글로벌 테크 기업의 사옥이 몰려 있는 이곳에 IBM 사옥도 위치하고 있다. 사진 속 왼쪽 건물이 현재 IBM이 사무실로 쓰는 건물인데, IBM은 현재 인근에 새로운 사옥을 건설 중이다. /IBM 제공

축구장 6배쯤 되는 땅(4만6000㎡)엔 붉은 타워크레인이 우뚝 솟았고, 굴착기와 불도저가 흙먼지 날리며 분주하게 공사판을 오갔다.

WEEKLY BIZ가 최근 찾은 미국 텍사스 주도(州都) 오스틴시 ‘더 도메인(The Domain)’ 지역. ‘텍사스는 모든 게 크다(Everything is bigger in Texas)’는 말처럼 광활한 땅에 글로벌 테크 기업 IBM 신사옥 건설이 한창이었다. 덱스터 헨더슨 IBM 부사장은 “오스틴은 세계적으로 혁신과 성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어, 새로운 사무실 건물을 이곳에 짓고 있다”며 “2026년 완성될 새 사옥은 우리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을 자랑하는 전시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IBM 신사옥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더 도메인'/홍준기 기자

오스틴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구 40만 규모의 작은 도시였지만, 이제는 IBM은 물론 시스코,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들과 각종 스타트업들이 몰리며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활력 넘치는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오스틴의 서쪽 구릉 지대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힐스(Hills)’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라이벌’ 자리를 노린다. 지난 7월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가 X(옛 트위터) 본사도 오스틴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실리콘힐스’라 불리는 도시에 희망적인 분위기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오스틴 인근의 테일러시에도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선 2026년부터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의 공장 신설은 지역 기업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텍사스의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인 베이스파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도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건 지역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확실한 ‘촉진제’”라며 “고급 인력 유입과 일자리 창출, 유관 산업의 발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스틴 도심을 가로지르는 콜로라도강 근처에 사물인터넷(IoT) 구현을 위해 필요한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인 실리콘랩스의 건물이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정보 기업 인디드 사옥 역시 오스틴 도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인디드 관계자는 “오스틴이 테크 도시로 번영하고 있기에 수많은 인재가 이곳에 모여든다”며 “이 때문에 (기업에 인재를 연결해 주는) 우리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도심. 이 곳은 테크 기업의 사옥이 다수 위치해 실리콘힐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사진 중앙의 빌딩이 구인, 구직 정보 제공 기업 인디드의 사옥/홍준기 기자

실리콘힐스에 각종 테크 기업이 몰리는 이유는 미국 내에선 비교적 낮은 물가 수준에 풍부한 기술 인력, 낮은 세율이란 삼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겼고, 이듬해에는 테슬라 본사를 아예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IT 기업 오러클도 2020년 본사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오스틴으로 옮긴 바 있다. 낮은 세율은 기업들에 특히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14.4%에 달하지만, 텍사스는 주 차원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법인세율도 캘리포니아는 8.84%인 데 비해 텍사스는 법인세가 없다. 법인세와 유사한 프랜차이즈세가 있긴 한데, 세율이 0.375~0.75%로 매우 낮다.

오스틴이 테크 기업들에 더욱 매력적인 건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만든 전기를 공급받기 쉽다는 점이다. 1996년부터 오스틴에서 반도체를 생산한 삼성전자가 오스틴 인근의 테일러시에도 생산 시설을 짓기로 결정할 때 이러한 점까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친환경 에너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텍사스에서 전체 전기 생산량 중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율은 30.9%였고, 2025년엔 37.8%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이사라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투자부 이사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핸드폰 같은 자사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반도체까지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며 만들 것을 요구한다”며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 태양광·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