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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4%쯤으로 예상했던 우리 회사 올해 매출(유기적 매출)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펩시콜라 등을 만드는 미국 식음료 회사 펩시코(PepsiCo)를 이끄는 라몬 라구아르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회계연도 3분기(지난달 7일까지 12주)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다. 유기적 매출(organic revenue) 성장률이란 인수 혹은 매각, 환율 변동의 영향 등을 빼고 기업의 순수한 영업에 의한 매출 성장을 따지는 지표다.

실제로 펩시코 실적은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3분기 과자 등 간식류 매출은 58억8800만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59억5400만달러)에 비해 뒷걸음질쳤다. 북미 외 지역에서의 간식·음료 3분기 매출도 유럽 지역을 면 지난해 같은 분기 실적에 못 미친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 유럽·중동에서 이어지는 전쟁 상황, 대표적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 검출 우려 때문에 간편식인 그래놀라 바와 시리얼 수십여 종을 회수 조치한 후폭풍 등이 3대 악재로 꼽힌다. WEEKLY BIZ는 펩시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등에서 나온 발언 등을 통해 펩시코가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그래픽=김의균

◇소비자들 지갑이 얇아졌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금리 정책은 북미 지역 소비자들 지갑을 얄팍하게 만들었고, 이는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즐기는 식음료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펩시코 경영진은 사전에 배포한 발언 자료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누적된 인플레이션 압력과 높은 대출 비용(고금리)은 소비자들의 예산과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가파르게 올랐던 물가 때문에 소비자들이 펩시코가 만드는 펩시콜라·게토레이와 같은 음료나 레이즈(Lay’s·감자칩)·도리토스·치토스 같은 과자를 살 여유가 줄었다는 뜻이다. 라구아르타 CEO는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에너지 음료 판매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제이미 콜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솔직히 말해 미국 내 소비 심리 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렸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라구아르타 CEO는 “현재 우리가 처한 (좋지 않은) 상황도 경기 순환의 한 국면”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의 사정이 나아지면 저절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지정학적 갈등도 악재다

펩시코가 미국 소비자의 살림살이만큼 걱정하는 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여파다. 펩시코는 실적 보도자료에서 “특정 해외시장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올라가면서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동 시장이 위축되는 걸 우려한다. 실적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3분기 간식 및 음료 매출은 15억52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16억1500만달러) 대비 3.9% 줄었다. 라구아르타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사업 규모가 작지 않은 중동에서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펩시코 영업 실적에 위험 요인이다. 펩시코는 실적 보고서에서 ‘원자재와 관련된 위험 요인’ 가운데 첫째로 “우크라이나에서 지속되고 있는 무력 충돌”을 꼽았다.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펩시코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든 하지 않든 매출이나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퀘이커 오츠 리콜 여진도 이어진다

지난해 말 펩시코가 만드는 그래놀라 일부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리콜)가 내려진 여파 역시 3분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펩시코(자회사 퀘이커 오츠)는 그래놀라 시리얼·바가 생산 과정에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지적돼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회수 조치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댄빌에 있는 생산 시설을 폐쇄했다. 살모넬라균은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3분기 북미 지역에서 퀘이커 오츠 제품의 매출은 6억4800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7억4700만달러)보다 13.3%나 줄었다.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라구아르타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슷한 세균 오염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다른 생산 시설에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시정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펩시코 경영진은 “리콜 대상이 된 상품의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4분기엔 순매출 등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산성 높여 수익 개선하겠다

펩시코는 3분기 실적과 관련한 자료에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꺼냈다. 펩시코는 2019년 2월 ‘2019년 생산성 계획(2019 productivity plan)’을 발표했고, 계획의 종료 시점도 2023년에서 2028년으로 두 차례 연장했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등을 도입해 전체적인 생산·유통 공정을 자동화 및 간소화하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다. 라구아르타 CEO도 실적 발표회에서 생산성 계획과 관련 “최근 펩시코에 도입하기 시작한 플랫폼은 보관, 생산, 유통 등 공급망 전반의 자동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펩시코 경영진은 3분기 실적 관련 자료 전반에서 IT 도입, 데이터 활용, 디지털화 등을 함께 강조했다.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생산성 계획을 추진하는 데 총 36억5000만달러가 들지만, 자동화와 공정 효율화를 통해 매년 지출을 10억달러 줄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펩시코 경영진은 실적 보도 자료에서 “사업 성장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비용을 조금 더 촘촘하게 관리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Z세대와 히스패닉 소비자에게 희망 건다

펩시코가 앞으로 희망을 거는 소비자층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와 ‘히스패닉’이다. 라구아르타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과자를 더 많이 먹거나, 식사를 잘 차려 먹기보다는 ‘미니 식사’를 선호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에게는 장기적으로 반가운 부분”이라고 했다. 미니 식사는 소스를 곁들인 토르티야나 과자, 바나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선 펩시코가 펩시콜라 같은 음료를 만들어 파는 기업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선 과자나 간편식 관련 질문이 음료 관련 질문보다 더 많았다. 라구아르타 CEO는 “제품의 나트륨·지방 함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NFL(미 프로풋볼)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경기를 통한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Z세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펩시코는 중남미 지역 소비자와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를 공략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펩시코 경영진은 발언 자료에서 “‘사브리타스(멕시코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펩시코의 과자 브랜드)’ 같은 다문화 브랜드는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3분기에도 한 자릿수 후반대 순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해당 그룹의 소비자에게 잘 통하는 브랜드들을 이미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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