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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트레인이 자사 사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이미지 자료. 열차 선로 옆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를 생산한 다음 바로 열차에 실린 배터리에 충전해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트레인 제공

햇빛을 싣고 달리는 열차. 미국 기업 선트레인(SunTrain)은 말 그대로 햇빛을 열차에 싣고 달릴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한 뒤 약 2.1㎞ 길이의 기차에 가득 싣고 미국 각지로 운반하는 것이다. 이 기업이 어찌 보면 비효율적인 전기 운반 작전에 나서려는 까닭은 미국 내 태부족한 ‘송전선’ 탓이다. 송전선 용량의 한계 때문에 캘리포니아주(州)에서만 올 상반기에 발전이 가능했는데 못 하거나, 발전 후 사용하지 못한 전기의 양이 260만MWh(메가와트시)에 달하자, “샌프란시스코 가정에서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낭비했다”(NBC)는 보도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송전선을 늘리자니 2050년까지 시설 확충에만 2조4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크리스토퍼 스미스 선트레인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선트레인 제공

2021년 설립된 선트레인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스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미국에선 화물 열차의 20%가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혹은 핵폐기물 등을 나른다”며 “화물 열차로 전기를 나른다면 전국적으로 이미 깔린 화물 열차 선로가 ‘녹색 혁명’을 위한 척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석탄 열차를 전기 열차로 바꾸자”

-어떻게 창업할 생각을 갖게 됐나.

“나는 북미 지역의 전기 산업 종사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인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에서 지난 11년 동안 일한 전기 기술자라 전기 수요·공급 문제에 밝은 편이다. 미국에선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충전소처럼 새롭게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 수요는 계속 늘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선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아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참에 알래스카주(州)에 갔을 때 석탄이나 석유를 싣고 달리는 열차를 보고 영감을 얻게 됐다.”

-기차로 전기를 나르면 비효율적이지 않나.

“나는 전기 기술자로서 배터리를 나르는 작업을 해본 적 있다. 그때 ‘열차에 배터리를 싣고, 전기를 운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화석 연료 운반에 쓰이는 열차를 전기를 나르는 데 활용하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100량짜리 열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면 한 번에 1.9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나를 수 있다.”

-그래도 송전선을 건설하는 게 낫지 않을까.

“미국에선 송전선을 지으면 20년씩 걸리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허가 절차도 밟아야 한다. 그런데 열차로 전기를 나른다면 새로운 기반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화물 열차에 배터리를 싣기만 하면 된다. (지도를 보여주며) 미국 내에서도 태양광 발전은 발전 효율이 좋은 일부 지역(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서 많이 이뤄진다. 또한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150마일(약 240㎞) 이상 떨어져 있다. 새롭게 송전선을 건설하는 것보다 이미 깔려 있는 화물 열차 노선을 ‘송전선’처럼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우리는 전기를 충전하거나 배터리에서 뽑아내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한 역을 보유하고 있다. 열차는 기존 열차 회사들과 계약해 빌려 쓰게 된다.”

선트레인 열차의 시제품. /선트레인 제공

-사업 구체화 시기는.

“우리는 최근에야 (우리의 독창적인 사업의 내용을 숨기던)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소규모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미 몇몇 연방 정부 기관이나 주 정부에서는 선트레인과 계약해서 전기를 구매하거나, 일시적인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 거래’를 하고 있다. 다만 아직 대규모(유틸리티 규모) 사업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는 투자금을 모아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단계다. 그래도 2026년 정도에는 대규모 전기 운송 및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 배터리 사용에도 관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IRA는 우리가 사업을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IRA 덕분에 투자금의 50% 수준의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IRA는 미국 내 제조업을 일으키거나 투자를 촉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많은 투자금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가 IRA 내용을 크게 바꾸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배터리 화재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산철 배터리는 폭발 위험이 없다. 독성이 없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점은 무겁다는 것인데, 열차로 운송하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의 ‘공급처’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막대한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SDI 같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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