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볼프강 코프 도이체텔레콤 공공·규제 업무 수석 부사장은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학습과 데이터 보안을 위해 통신 기반 시설을 갖추는 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며 "이는 EU가 통신사들을 '필수 디지털 조력자'라고 인정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도이체텔레콤

인공지능(AI) 혁명이 산업 지형을 뒤흔들며 통신사들의 AI 대전환 속도도 숨 가빠지고 있다. 해외에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 때 AI가 실시간으로 통역해주고,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 AI가 네트워크 관리를 해주는 등 산업 곳곳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다.

이처럼 AI의 쓰임새가 커지면서 글로벌 통신사들끼리 힘을 합쳐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합군’을 만드는 추세도 나타난다. 유럽의 최대 통신사 도이체텔레콤과 SK텔레콤, 이앤(중동), 싱텔(싱가포르) 등이 AI 분야 협력을 위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유럽 최대 통신사이자 글로벌 5위 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의 볼프강 코프 공공·규제 업무 수석 부사장은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경쟁력 있는 통신 인프라 없이 AI 혁신은 없다”면서 “통신은 곧 AI의 필수재”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앱 없는 스마트폰에서 AI 비서까지

지난 2월 열린 세계 3대 IT(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선 도이체텔레콤의 부스에 관람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업계 최초로 ‘앱 프리(App-free) AI 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폰은 여러 앱을 열어 정보를 검색하고 원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수고 없이 ‘AI 비서’를 통해 단박에 원하는 명령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두 살짜리 딸을 위해 선물을 추천해 줘” 하면 여러 장난감 정보를 화면에 띄워주는 식이다.

-왜 이렇게 AI를 통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매달리나.

“현재 통신 시장은 사용자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늘어나는데,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줄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고,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통신사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AI와 성장성이 높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된 AI 서비스는.

“사용자의 통신 서비스(통화 요약, 실시간 번역 등)를 도와주는 ‘AI 비서’가 대표적이다. 현재 도이체텔레콤은 SK텔레콤, 싱텔, 이앤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새로운 AI 서비스를 위한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와 합작하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는 AI 비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또 도시 곳곳이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시티, 홀로그램 통신과 확장 현실(XR) 구현에 필요한 6G(6세대 이동통신) 등을 현실화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는 네트워크의 자동화와 최적화를 돕고,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기존 사업의 버팀목이자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AI 시대’에 통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통신은 AI 서비스의 토대다.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선 엄청난 컴퓨팅 용량을 소화해야 하고, (데이터 보안을 위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이 필요하다. 초고속 5G와 광케이블 네트워크 없이는 AI를 개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EU가 AI 시대에 통신사를 핵심 디지털 조력자로 인정하는 이유다.”

◇‘빅테크 전투’에 앞장선 도이체텔레콤

도이체텔레콤은 ‘빅테크와 전투’에도 앞장서고 있다.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도이체텔레콤의 망 사용료 지불 요구를 거절하면서 2021년 7월 소송이 벌어졌는데, 약 3년 만인 지난 5월 독일 쾰른 법원은 도이체텔레콤 손을 들어줬다. 이로서 메타는 도이체텔레콤에 2100만유로(약 313억원)를 물어주게 됐다. 망 사용료란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이 통신사에 지불하는 인터넷 사용료로, 몇 년 동안 플랫폼을 통한 트래픽이 크게 불어나자 통신사들이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는 빅테크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마치 고속도로를 깔아놨는데 넷플릭스 같은 인기 휴게소 때문에 차가 몰리고 길이 꽉 막히자 고속도로를 유지·보수하게 사용료를 내라고 한 것과 같은 셈이다.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로 마련한 돈을 가입자들의 데이터 제공 속도를 높이고, AI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이다.

-메타를 상대로 재판에서 이겼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이 재판은 ‘통신사가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지’가 핵심 논쟁거리였고, 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법원은 메타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도이체텔레콤 측에 어떻게 압력을 행사했는지 지적했다. 메타는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도이체텔레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정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강조하면서 망 사용료가 ‘터무니없다’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협상에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수익이 나오는 플랫폼 사업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초고속 인터넷을 유지하고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되려 자신들의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통신사 탓을 한다. 메타나 구글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신사 서비스 센터에는 불만이 폭주한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 중에서 메타나 알파벳(구글 운영사)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불공정한 시장 환경에도 메타는 (트래픽이 급증한) 2021년 코로나 기간 동안 사상 최대 수익을 챙겼다.”

-빅테크와 통신사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EU 집행위원회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 매번 소송과 같은 소모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합의가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구속력 있는 분쟁 해결 방식이 필요하단 뜻이다. 앞으로 트래픽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현재 전 세계 트래픽의 71%는 소수 빅테크들이 발생시킨다. 디지털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비용 분담은 반드시 필요하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