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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징어게임 시즌 2′와 같은 대단한 콘텐츠와 함께 올해를 탄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 경영진은 17일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두 공동 최고경영자(CEO) 모두 실적 발표회 첫 질문에 답변하면서 오징어게임 시즌2를 언급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 넷플릭스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9%나 늘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과 예능 ‘흑백요리사’가 이러한 호실적을 이끈 주역으로 꼽혔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이 두 ‘K콘텐츠’ 이름을 담았다.
양질 콘텐츠를 확보하는 건 넷플릭스 사업의 핵심이다. 그레고리 피터스 공동 CEO는 ‘2025년 투자 우선순위’를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우리의 핵심 영화와 시리즈물 질을 개선하는 일이 (투자) 1순위”라고 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3분기 507만명 증가했는데, 계속해서 가입자를 늘리려면 눈길을 끌 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WEEKLY BIZ는 넷플릭스 3분기 실적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해 이 회사가 3분기에 좋은 실적을 올린 원인과 앞으로 경영 계획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K콘텐츠가 호실적 이끈다
넷플릭스의 주주 서한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한국 콘텐츠는 무도실무관이다. 전자 발찌 대상자를 관리하는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조명한 이 영화는 3280만회 시청을 기록했다. 시청 1억회를 넘긴 액션 영화 ‘더 유니온(1억1190만회)’이나 ‘레블 리지(1억470만회)’ 등엔 못 미쳤지만, 3분기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눈길을 끈 대표작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흑백요리사 역시 시청 1100만회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인기 콘텐츠의 후속 시즌 제작에 대해 설명하면서 “흑백요리사도 최근 차기 시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4분기 최고 기대작이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과 실적 보고서에서 4분기 주요 콘텐츠로 오징어게임 시즌2, 유튜버 출신 복서 제이크 폴과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경기, 크리스마스에 예정된 NFL(미 프로풋볼) 경기를 꼽았다. 테오도르 서랜도스 공동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2025년에는 넷플릭스의 가장 거대한 ‘쇼’의 새로운 시즌들을 만날 수 있다”며 오징어게임과 웬즈데이, 기묘한 이야기의 새로운 시즌을 예고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12월 26일 공개되지만, 2025년 초에도 시청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2025년의 기대작’에 포함한 것이다. 피터스 CEO는 “우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게임 제작도 가능하다”며 오징어게임을 그 첫째 예시로 꼽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 가입도 많이 늘었다
3분기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료 가입자는 228만명 증가했는데, 유럽·중동·아프리카(217만명)나 북미(69만명)보다 많이 불었다. 넷플릭스는 “3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를 기록해 모든 지역 중 가장 높았다”며 “일본과 한국, 태국, 인도의 강력한 로컬 콘텐츠를 확보한 덕분”이라고 했다.
중남미는 가입자가 감소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스펜서 노이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최근 가격 변동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가입자가 살짝 줄었다”면서도 “4분기 초반에 가입자 수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중남미 국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잇따라 나와 앞으로 중남미 지역 가입자를 늘릴 것이라 기대한다. 4분기엔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F1(포뮬러원)을 주름 잡았던 브라질 출신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의 삶을 다룬 드라마 ‘세나’와, 콜롬비아가 낳은 세계적 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기반으로 제작한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광고 수익엔 당장 큰 기대 안 한다
다음 달이면 넷플릭스가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낮은 가격에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은 지 만 2년이 된다. 한국에선 광고를 봐야 하는 요금제(광고형 스탠더드·월 5500원)가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스탠더드·월 1만3500원)보다 8000원 저렴하다. 넷플릭스는 실적 보고서에서 “광고형 요금제가 있는 12국을 조사했더니 3분기 신규 가입자의 50%가 해당 요금제를 통한 가입자였다”며 “광고형 요금제 가입자 수는 지난 분기 대비 35% 늘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광고 기술 기업인 트레이드 데스크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다음 달 캐나다부터 자체 광고 기술 플랫폼을 적용해 볼 예정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경영진은 실적 보고서 등에서 “새로운 매출 흐름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2025년에 광고 수익이 매출 증가의 주요 동력이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한 광고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랜도스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광고주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보고, 많이 언급하는 콘텐츠나 이벤트에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광고 의향을 보인다)”며 “결국 광고 사업 역시 (콘텐츠업이라는) 동일한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유튜브는 적이자 친구이다
유튜브와 얽힌 관계에 대해선 ‘적이자 친구’라고 설명했다. 서랜도스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TV 화면 등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두고 유튜브와 경쟁한다”면서도 “동시에 상호 보완적 관계이기도 하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유튜브에 예고편을 올리면, 이를 보고 넷플릭스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넷플릭스의 ‘구독 모델’이 갖는 비교 우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구독 모델은 창작자에게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창작자들이 재무 위험 등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아직 정복할 영토는 많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3분기 실적 관련 자료에서 “우리가 정복할 영토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서랜도스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넷플릭스 가입자는 하루에 평균 두 시간 정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했다. 피터스 CEO는 “넷플릭스가 확보한 시청 시간은 여전히 전체적인 TV 시청 시간의 10% 미만”이라며 “우리에게는 엄청난 성장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시청 시간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봐도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경영진 생각이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올해 연간 매출은 430억~44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스 CEO는 “우리가 진출한 국가에서 소비자들이 (콘텐츠에) 지출하는 전체 6000억달러 가운데 넷플릭스는 6~7%가량만 가져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콘텐츠의 질적 개선을 꾸준히 이뤄낸다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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