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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애널리스트)도 거실 소파에서 아이패드로 자율 조종 블랙호크(다목적 헬리콥터)의 임무를 지시하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의 제임스 타이클릿 회장은 지난달 22일 3분기 실적 발표회 자리에서 첨단 기술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록히드마틴이 무인 자율 조종,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에 빠르게 접목시키고 있다는 취지였다. ‘미래의 전장’에서도 자사의 무기가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미사일과 센서, 각종 전투 시스템 등을 아우르는 록히드마틴의 제품 라인업은 미국과 그 동맹국에 중요한 자산이자,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WEEKLY BIZ는 록히드마틴의 3분기 실적 발표회 발언 내용과 발표 자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 등을 분석해 이 회사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 계획 등을 분석했다.
◇AI와 무인 주행으로 진화한다
록히드마틴은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첨단 무기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AI와 무인 자율주행 기술 등을 도입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타이클릿 회장은 “록히드마틴 AI 센터는 미군과 진행한 성능 시험에서 무인기와 드론, 지상 차량이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면서 “위험한 시가전 환경에서 무인 드론이 정찰을 하면서 지상의 로봇이 길을 찾는 걸 돕는 시연도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임무 수행 방식은 현재 전투 수행 방식에 비해 병사들을 적들로부터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클릿 회장은 투자 정보 분석 기업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가 ‘자율 주행 기술’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비슷한 답을 이어갔다. 그는 “F-16 전투기 역시 조종사 없이도 ‘도그 파이트(전투기 사이의 근접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며 “이러한 기술은 좀 더 작은 규모의 무인기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군은 5~6세대 전투기에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가 팀을 이뤄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협력 전투 항공기(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개념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중·러 위협을 억제할 핵심은 F-35다
미국과 그 동맹국이 중국·러시아와 제공권을 두고 다투려면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 전투기 전력이 필수란 게 록히드마틴 경영진 생각이다. 타이클릿 회장은 “중국의 5세대 전투기인 J-20에 맞서려면 F-35나 F-22 전투기가 거의 유일한 대응 수단”이라며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억제력을 확보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이러한 전투기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역시 5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록히드마틴의 실적 발표회 등에선 유럽이나 중동 지역의 분쟁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유럽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에 전투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은 언급했다. 마리아 리차르도네 부사장은 “7월에는 그리스가 19번째로 F-35를 도입하는 나라가 됐고, 8월에는 폴란드 공군이 사용할 F-35가 출고됐다”며 “2030년대에 10국 이상의 유럽 국가가 600대 이상의 F-35 전투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와 F-35 협상 지연돼 매출 줄었다
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항공’ 부문 매출은 3분기 64억8700만달러(약 8조9000억원)로 록히드마틴의 4개 사업 부문 총 매출의 약 38%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항공 부문 매출은 한 해 전인 지난해 3분기 대비 3.4% 감소했다.
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F-35 전투기와 관련한 비용을 예정대로 받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F-35 전투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록히드마틴 측이 진행하는 업그레이드가 지연되면서, 2026~2027년에 인도할 F-35 전투기 가격과 관련해 미 정부와 진행하는 협상도 늦어지고 있다. 통상 정부와 협상을 진행할 땐 전체적인 제작 및 공급에 대한 계약이 성사된 이후 세부적인 가격 협상과 단계별 비용 지급이 뒤따른다. 그런데 제작 중인 전투기에 대한 비용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3분기에 매출이 7억달러가량 줄었다는 설명이다. 록히드마틴은 실적 보고서에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4억달러 규모의 비용에 상응하는 매출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할 수 없었고, 공급망 차원에 최소 3억달러의 추가 비용(협력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했다”고 했다.
록히드마틴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미국 정부다. 록히드마틴이 미국 회사고, 미국이 전 세계 방위 지출에서 압도적인 1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실적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와 체결하는 계약에 대한 의존도’를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이 회사의 수익을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실적 ‘효자’다
록히드마틴의 4개 사업 부문 가운데 ‘미사일 및 사격 통제 부문’의 3분기 매출은 31억75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분기 매출과 비교해 가장 많이 늘었다. 록히드마틴은 실적 보고서에서 유도 다연장 로켓발사시스템(GMLRS)과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 생산 증대가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GMLRS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 무기다. 록히드마틴은 이와 함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의 생산도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보내는 무기 중 하나다.
미사일 부문은 당분간 록히드마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회 등에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유럽 등에서 분쟁이 이어져 미사일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차르도네 부사장은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 3분기 미사일과 사격 통제 시스템 부문의 출하액 대비 수주액 비율은 2.7배”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출하액 대비 수주액 비율이 균형점인 1.0배보다 높다는 건 주문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당 부문의 업황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주주 환원을 중요시한다
록히드마틴이 3분기 실적 관련 자료에서 전투기와 미사일만큼 강조하는 것은 주주 환원이다. 타이클릿 회장은 3분기 실적 관련 보도자료의 첫 페이지에 “우리의 분기 배당을 5%가량 늘렸다”고 했다. 록히드마틴의 주당 분기 배당금을 3.3달러로 기존 배당금(3.15달러) 대비 4.8% 늘리기로 한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실적 보고서에서 “3분기 현금 배당으로 7억4900만달러를 지급하고, 8억5000만달러로 회사 주식 150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 경영진은 3분기 실적 관련 자료에서 “22년 연속 배당 규모를 늘렸다”고 했다. 그만큼 회사가 주주 환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투자를 통한 혁신에 집중하는 소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미국 기업은 주주 환원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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