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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 시절 유니폼을 입은 모로사와 리노 일본 스카이스크래퍼 사장.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에 그의 이름과 함께 코코이찌방야가 접객 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직원에게 부여하는 칭호 '코코스페셜리스트'가 적혀 있다. 지난 5월 카레라이스 체인인 코코이찌방야 가맹 업체 스카이스크래퍼 사장에 취임한 모로사와는 "경력보다 인품을 중시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대학 입학 대신에 고졸 ‘알바생’의 길을 택한 20대 여성이 연 매출 200억원을 넘는 대형 프랜차이즈 운영사 사장에 오른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런 ‘출세 신화’가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5월 일본 최대 카레 전문점 프랜차이즈인 코코이찌방야에서의 가맹점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주식회사 스카이스크래퍼 사장에 오른 2001년생 모로사와 리노(諸沢莉乃·23) 얘기다.

그는 경영 승계를 받은 재벌 출신도, 경영학을 정식으로 배운 명문대 졸업생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공채 사원 출신도 아니다. ‘만년 알바생’일 줄 알았던 스물셋 청년이 직원 430명을 이끄는 사장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 소식은 일본에서도 금방 화젯거리가 됐다. WEEKLY BIZ는 지난달 22일 모로사와 사장을 화상으로 만나 아르바이트생에서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할 수 있던 배경과 ‘새내기 경영인’으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그래픽=김의균

◇”사람을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이 되겠다”

-7개월 차 ‘신참 사장’의 하루를 소개하자면.

“매일 (스카이스크래퍼의) 27개 점포 직원과 알바생들이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는 ‘근무 일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많게는 하루 200개에 이르는 일지가 게시판에 올라온다. 읽으면서 최대한 직원들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나중에 그 직원을 마주치면 ‘그때 일은 어떻게 됐느냐’며 물어보곤 한다. 현장 알바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 알바생들과 고민 상담도 해준다. 그러고서 본사에 가면 경영 회의도 하고, 외부 손님도 만난다. 하루 한 곳은 꼭 점포를 방문해 직원이나 알바생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사람을 위해 땀 흘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스카이스크래퍼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물론 점포와 직원의 수를 늘리는 성과 측면도 신경을 쓸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알바생에서 사장이 된 나처럼, 경력과 무관하게 일하려는 의지와 비전이 확고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든가 인사성이 좋다든가 예의가 바르다든가 하는 기본예절과 인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알바생이 카레 만드는 법만 배우고 나가면 나중에 써먹을 데가 없지 않나. 하지만 일하면서 배운 기본예절은 회사를 그만둬도 평생 간다.”

-지금껏 기억에 남는 직원은.

“니가타의 한 점포에 매일 짧게라도 일지를 남기는 알바생이 있었다. 하루는 글이 보이지 않아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계속 일만 하니까 슬럼프가 왔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하루 쉬라고 했다. 빈자리는 내가 니가타로 바로 가 직접 ‘대타’를 섰다.”

스카이스크래퍼 직원들은 최근 모로사와 사장 취임 이후 젊은 직원 맞춤형 문화가 퍼졌다고 한다. 매해 신입 사원이 오면 ‘야키니쿠(고기구이) 회식’을 하던 전통을 대신해 젊은 직원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것으로 바꾼 게 대표적 예다. 올 상반기 신입 연수를 마친 여사원들에겐 ‘속눈썹 펌’을 선물했다.

◇전단 한 장에서 시작한 ‘출세 신화’

-카레라이스를 좋아해 카레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나.

“그런 건 전혀 아니다. 2017년 내가 고1이었을 때 집 우체통에 ‘코코이찌방야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합니다’란 전단이 들어 있었다. 마침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참이었고, 친구와 함께 일할 수 있고 시험기간엔 쉬어도 괜찮다는 등 근무 조건이 맞아서 지원했다. 첫 아르바이트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란 생각이었다. 그때 우연히 우편함에 전단이 들어 있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운명의 시작이었다.”

-어떤 면 때문에 젊은 나이에 사장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보나.

“(스카이스크래퍼 설립자인) 니시마키 다이스케 회장은 후임을 물색할 때 ‘솔직하고, 모난 데 없고, 회사 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원했다고 한다. 경영·재무처럼 역량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난 노인 간병사인 어머니로부터 ‘늘 긍정적으로 살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배웠다. 그렇게 물려받은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

모로사와 사장은 2018년 알바생으로 일할 당시 코코이찌방야에서 전국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여는 ‘전국 접객 콘테스트’ 도쿄·가나가와 등 서관동 지역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얼마나 손님을 잘 응대하는지를 겨루는 대회다. 모로사와 사장은 당시 전국 본선에 나가 결승까지 진출했고, 2021년엔 고객 평가 등을 토대로 접객 역량이 뛰어난 알바생에게 주는 ‘코코스페셜리스트’란 타이틀도 최연소로 땄다.

니시마키 회장은 WEEKLY BIZ가 모로사와 사장을 후임으로 결정한 이유를 묻자 “모로사와라면 직원, 알바생들과 가깝게 지내며 현장에서도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사장이 돼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저씨가 아저씨에게 ‘배턴 터치’를 한다고 이 사회에 바뀌는 건 없지 않겠느냐”며 “젊은 모로사와야말로 ‘지금 일본에 부족한 것’이 뭔지 일깨워 줄 수 있고, 나의 역할은 그런 ‘의지 있는 사람’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장직은 언제 제안받았나.

“2년 전 코코스페셜리스트에 지명된 것을 축하해주러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당시 사장(니시마키 현 회장)이 대뜸 ‘차기 사장이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솔직히 농담이라 생각했고, ‘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었다. 처음엔 불안이 앞섰지만 (니시마키 회장으로부터) ‘사람을 위해 일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 어릴 적 꿈도 (엄마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대입을 포기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

“없다. 사람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뒤 취업한다는 걸 소위 ‘일반적 루트’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 길을 걷기 때문에 당연시되지만, 전 그게 절대적인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남들 다 하니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대학은 언제든 갈 수 있지 않겠나.”

☞스카이스크래퍼

일본의 유명 카레 체인인 코코이찌방야 가맹점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기업. 현재 군마현 등 전국에서 27곳 점포를 운영한다. 연매출은 22억1000만엔(약 20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설립자 니시마키 다이스케(54)의 뒤를 이은 2대 사장으로 아르바이트생 출신 모로사와 리노(23)가 취임했다.

모로사와(왼쪽) 사장과 그에게 지난 5월 사장직을 넘긴 니시마키 다이스케 회장.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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